朴당선인, ‘4대강 사업’ 모르쇠 배경은?

“관여 문제 아니다”… MB와 ‘불완전한 평화’ 관측

2014-01-22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부실 논란’과 관련해 발 빠르게 ‘선긋기’에 나서면서 신·구정권 갈등의 뇌관으로 등장해 귀추가 주목된다.우선 감사원의 ‘총체적 부실’ 판정을 받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박 당선인 측과 새누리당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청와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현장방문 일정에 4대강 현장을 제외해 4대강 이슈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4대강 감사결과 논란을 민생 현안이 아닌 정치적 이슈로 보고 현 정권과 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21일 밝힌 인수위 분과별 현장방문 일정에서 4대강 현장은 포함되지 않았다.인수위는 24일부터 2월5일까지 전방부대를 시작으로 감사원 국민·기업 불편신고센터, 다문화 가족지원센터, 북부자활센터, 중견기업, 재래시장, 신용회복위원회, 기초과학연구원, 전자제품 자원순환센터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4대강 방문은 박 당선인이 현 정권과 선을 긋고 정치적 책임에서 벗어날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져 왔다.윤 대변인은 그 배경에 대해 “그것은 인수위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며 “인수위는 4대강 문제에 대해 노코멘트”라고 말했다.특히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선과정에서 박 당선인이 현 정권과 연계되는 등 정치적부담이 커지면서 4대강 방문 여부가 관심사로 부각됐다.인수위가 4대강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날 오전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부터 구체화 됐다.국토해양부 업무를 다루는 경제2분과 이현재 간사는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4대강 가서 무엇을 하나. 물속의 얘기다. 전문가가 가서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며 “(4대강 방문은) 다분히 전시적 의미밖에 없다”고 말했다.인수위의 이같은 태도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4대강 문제에 섣불리 개입하기보다 현 정부가 부실공사 논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박 당선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도 2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총체적 부실’로 판명된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와 관련해 “4대강 사업의 폐단과 부작용이 워낙 심각하니까 도저히 덮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박근혜 정부가 이 부담을 지고 갈 이유도 없고 그래선 절대로 안 된다고 본다. 이 문제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는 박 당선인이 인수위 활동 초기부터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지 말고 낮은 자세로 업무보고를 받으라는 주문을 강조해온 것과 관련이 깊다. 박 당선인은 현 정부에 흠집내기 가능성이 있는 모든 언행에 주의를 당부하며 인수위 활동 폭을 제한시켰다.인수위가 일단 4대강을 현장방문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서 당분간 현 정부와 ‘불완전한 평화’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그러나 박 당선인이 집권 후 4대강 부실을 어떻게든 털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4대강 사업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알고 있다”며 “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잘못된 점을) 검토해 바로 잡겠다”고 말한 바 있다.차기 정부의 해법은 빨라봐야 6월 이후에나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무렵 4대강 보완공사가 끝나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 일단 관련 부처 업무 추진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이현재 간사는 “국토부와 환경부가 (4대강 보를) 지금 보완 중이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니 보완공사가 끝나는 6월에 찬성파, 반대파 다 가서 보면 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이정현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도 “객관적인 전문가, 관계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조사해 국민의 불신과 불안, 의혹을 해소해드릴 필요가 있다”며 추가 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이와 관련 인수위는 민관합동 사업 평가위원회 구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시간 벌기를 통해 권력 공백기에 갈등이 지나치게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