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용퇴론 꺼내든 김태흠 "당 대표부터 솔선수범"
한국당 현역의원 첫 '총선 물갈이론'
홍준표·김병준 겨냥 ‘험지 출마’ 요구
2020-11-05 김정인 기자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이 특정 지역구를 3선 이상 지내온 의원들은 용퇴하라며 당 대표부터 솔선수범하라는 일침을 날렸다. 영남 출마설이 도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급 인사를 향해서도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장에서 인적 쇄신론이 한창인 가운데 뒤늦게 한국당에서 처음 나온 총선 '물갈이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친박(친박근혜)계 재선인 김 의원은 5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 등을 지역구로 한 3선 이상 의원들은 용퇴하든지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 기반이 좋은 지역에서 3선 이상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졌다면 대인호변(家长虎變, 큰 사람은 호랑이와 같이 변한다는 뜻)의 자세로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며 "그러한 용기가 없다면 스스로 용퇴의 길을 선택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공천이 곧 당선이나 다름없는 보수 텃밭에서 떠나 험지로 나서든지 아니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말라는 요구다.
일단 김 의원의 경고 대상에는 김무성, 김정훈, 유기준, 조경태, 김세연, 유재중, 이진복, 이종구, 주호영, 정갑윤, 강석호, 김광림, 김재원, 이주영, 김재경, 여상규 의원 등 16명 정도가 포함된다. 그런데 김 의원은 "원외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했다. 영남 출마설이 나도는 홍 전 대표와 김 전 비대위원장, 서병수 전 부산시장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황교안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당 대표부터 희생하는 솔선수범을 보이고, 현역 의원을 포함한 당 구성원 모두가 기득권을 버리고 환골탈태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가 비례대표라는 쉬운 길을 가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그 동안 한국당 내에서 '인적 쇄신론'이나 '3선 이상 용퇴론' 등의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당을 향한 '물갈이' 요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과 비교하면 한참 늦었다. 민주당에서는 총선 물갈이가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 최종평가에서 하위 20% 의원들을 가려내 페널티를 주는 과정에서 불출마 의원들을 빼기로 했다. 현재 불출마 의지를 밝힌 10명가량의 의원 외에 추가 불출마자가 나올 경우 '하위 20%+불출마자' 규모는 더 커진다. 일각에선 불출마자를 20명까지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당 소속 의원 수 3분의 1에 육박하는 41명이 물갈이 대상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