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도와 러시아 잇는 기술동맹 주도하자”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미·중 무역전쟁 해법으로 신남방-신북방 잇는 교두보 역할론 강조
2019-11-05 박효길 기자
[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베트남이나 인도는 수준 높은 기술을 원한다. 북방에 러시아, 벨라루스에 높은 기술들이 있다. 기술동맹에서 한국이 주도해보자.”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장은 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0 ICT 산업전망컨퍼런스’에서 ‘기술패권으로 본 최근 세계경제 흐름’이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러시아 등 유라시아 북방 국가들과 베트남 등 신남방 국가들을 잇는 새로운 밸류체인의 주도적 역할을 하자고 주장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세계경제는 완연한 성장세를 시현했다.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및 양적완화(QE) 중단 등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진행했고 한국경제도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더불어 호의적인 대외여건 아래 수출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가 시작됐다. 올해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도 지난해 4월에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보인 후 하락했다. 세계경제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시각을 보여주는 WEO(월드 이코노미 아웃룩)의 보고서 제목도 점차 성장의 둔화를 시사하고 있다.
이 원장은 세계경제성장의 리스크 요인을 △정책 불확실성 △보호무역주의 통상분쟁 △주요 선진국 통화정책 방향성 △브렉시트 등 지정학적 긴장으로 분석했다.
미·중 통상분쟁은 세계경제에 드리운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및 보호주의 경향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미·중 통상분쟁이 없었다면, 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 대비 올해 0.4%p, 내년 0.8%p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통상분쟁과 기술패권은 세계경제의 패권을 둘러싼 양국의 주도권 경쟁이 그 원인이다. 중국의 약진과 미국의 위기의식이 맞물려 빚어진 결과라는 주장이다.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에 9%에 불과했지만 2000년 19%, 2010년 42%, 2018년 48%로 급등했다.
또한 중국은 세계 생산의 새로운 허브로 발돋움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생산 허브는 일본이었지만 2017년 중국이 이 자리를 차지했다.
아울러 중국은 5G기술로 세계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화웨이는 세계 통신 장비 점유율 1위를 바탕으로 5G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이후 미·중 통상분쟁이 발발했다. 이 분쟁은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와 ‘중국제조 2025’를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 하에 진행됐다. 그러나 현재 무역, 통상 영역을 넘어서 투자 및 제도, 외교, 안보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중의 충돌은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무역보다 공정무역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등의 통상정책도 자유무역과는 거리감이 있다. 반면 중국은 중진국 입구에서 국가 간 제도적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이재영 원장은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스탠다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원장은 러시아 등 기술동맹에서 한국이 주도해보자고 주장했다. 그는 “베트남이나 인도는 수준 높은 기술을 원하고 북방에 러시아, 벨라루스에 높은 기술들이 있다”며 “한국이 플랫폼을 만들고 기금을 만들어서 동남아 시장과 제3국으로 진출을 잇게 되면 북방 국가들도 이득을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