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주택시장] 주인 못 찾은 6만62가구…이유가 있다
악성 미분양 주택 文정부 출범 후 92.1% 증가
“지방시장, 정부 전향적인 정책 기조 변화 필요”
2020-11-05 전기룡 기자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분양 물량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청약시장이 과열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미분양 물량 해소가 저조함에 따라 일각에선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2017년 5월)부터 지난 9월 말까지 5.6%(3203가구) 늘었다. 5만6859가구였던 미분양 주택이 6만62가구까지 증가한 것이다.
미분양 주택은 현 정부 출범 후 3개월간 감소세를 보이며 5만3130가구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한 결과 6만가구에 박스권을 형성했다. 조사기간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올해 6월(6만3705가구)이다.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정부 출범 당시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1만74가구에 불과했으나, 올해 9월말까지 1만9354가구까지 급증했다. 2년4개월만에 92.1%(9280가구)나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청약시장이 과열양상을 띄는데도 미분양 주택이 좀처럼 줄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청약 경쟁률은 평균 20대 1을 웃돌았다.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의 시행이 다가옴에 따라 공급 부족 우려가 불거지며 청약 시장을 두드리는 수요는 늘어났지만, 미분양 주택에 대한 수요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이는 미분양 주택이 다분한 지역에서 집값 하락 현상이 일어나서다.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129개 지자체 중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지역은 39곳인데, 이 중 30곳의 집값이 떨어졌다. 특히 경기도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평택의 경우 집값이 지난해 말 대비 4.8% 하락했다. 평택의 미분양 주택은 같은 기간 1356가구 늘어난 2213가구다.
더욱이 최근 미분양 주택이 소폭 줄어들었지만 공급 감소가 주효했다는 것도 문제다. 일례로 지난 8월 말 기준 6만2385가구였던 미분양 주택은 9월 말 기준 6만62가구 수준으로 3.7%(2323가구) 줄었다. 그러나 미분양 해소분은 4547가구에서 4378가구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오히려 신규 공급된 미분양 주택이 4043가구에서 2055가구로 급감한 게 전체 미분양 주택을 감소시키는 현상을 유발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도 유사한 전망을 내놨다. 건산연은 이날 ‘2020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통해 내년에는 수요보다 공급이 더 빠르게 줄면서 재고를 소진해 올해보다 소폭 나아진 수준에서 미분양 주택 문제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내년 준공 물량이 올해보다 더 줄면서 누적된 재고를 소진해 시장 변동성과 하락폭을 줄여 나갈 것”이라며 “하지만 지방 시장의 하락폭이 줄어드는 것이 시장의 기초 체력을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 시장, 특히 미분양 관리지역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