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다시 돌아온 미세먼지의 계절
2020-11-07 매일일보
날씨가 추워지니 어김없이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겨울이면 한반도의 대기가 정체되는 데다 겨울철 난방으로 심해지는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몰려온다. 중국은 미세먼지 개선노력이 성과를 보인다고 자화자찬을 하지만 그렇다고 올 겨울 미세먼지의 습격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틀림없이 올 겨울에도 뿌연 대기 속에 고층빌딩들이 아련히 보이는 풍경화가 펼쳐질 것이다.
작가 박준형은 이런 현실을 작품을 통해 신랄히 고발한다. 그의 작품은 복잡한 도시를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묘사력과 함께 환경오염에 시달리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묘한 화면 구성력이 돋보인다. 질서 정렬하게 빈틈없이 우뚝 서있는 초고층의 건물 사이로 빙산이 보인다. 또 빽빽하게 주택 옥상이 내려다보이는 화면 가운데 덩그러니 푸른 호수가 보이는가 하면 호수위로는 백조 보트가 떠 있다. 언뜻 보면 익숙한 도시 풍경인 듯한데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판화를 전공한 작가는 도시 구조와 공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도시의 산책자로서 도시를 그려왔다. 최근 작업하고 있는 도시 작품에는 자연환경을 상징하는 모티브가 담겨있다. 가려진 풍경과 흐려진 풍경 연작이다. 자연이야말로 정서적인 위로와 위안, 숭고한 삶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주는데 도시와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물음을 현대인들에게 던지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인해 그의 작품에서는 대기, 하늘, 구름 등 자연 요소가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넓어졌다. 여전히 빼곡하게 표현하는 도시의 구조는 우리 삶의 터전이자 욕망의 상징이다. 자연과 도시라는 상반되는 존재들은 하나의 화면에서 융합된다. 그 결과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들’ 또는 ‘가까이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멀리서 드러나는 것들’이 사람들의 인식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미술평론가 홍경한은 그의 작품에 대해 “궁극적으로 정형화될 수 없고 끊임없이 유동적인 동시대의 도시성과 경계가 모호하고 흔들리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심할 시간조차 허락지 않는, 연약하며 불안한 시대의 개인적 정서를 자신만의 상징과 기호를 통해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특히 규칙적으로 배열된 상태의 형상들에 반해 비교적 동적인 흐름을 드러내는 다른 한편의 공간성은 사회적 묵시적 합의나 그것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작가의 욕구를 들여다보도록 한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