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공약, 고교무상교육 실현 ‘산 너머 산’

2017년 기준 연 3.1조 필요… 재원조달 관건

2013-01-23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교육 공약 가운데 ‘반값 등록금’과 더불어 돈이 가장 많이 드는 공약이다.현재 교육 관련 세입 구조에서는 돈이 나올 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공약의 실천을 위해선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추가 확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교육과학기술부는 공약 실현을 위해 정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교과부 내에서도 이 방안이 새 정부에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학교 의무교육은 시작부터 완성까지 20년이 걸렸다. 고교 무상교육도 100% 실시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23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고교 무상교육이 완성되는 2017년 기준으로 관련 예산은 한 해 약 3조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이는 사립 외국어고, 자율형 사립고, 국제고 등을 제외한 고교 학생 수(173만명), 학비(90만원~140만원), 고교진학률(99.7%), 물가상승률 전망(2.5~2.9%) 등을 종합 반영한 결과다.박 당선인은 2014년부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무상교육을 지원하되, 수혜 대상을 매년 25%씩 늘려 2017년에 전면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교과부의 재정소요 추정치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내놓은 안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고교 무상교육을 위해 2017년 3조253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교과부는 한 해 3조원 이상의 재정이 매년 투입되려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현행 지방교육재정 교부금법에서는 내국세의 20.27%를 의무적으로 지방교육을 위해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규모는 약 38조4473억원에 달했다.하지만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위해서는 내국세 연동률을 20.27%에서 21.22%로 약 1.0%포인트 올려야 할 것으로 교과부는 추정했다. 내국세 증가율이 기획재정부 전망치인 8.8%를 밑돌 경우 연동률은 더 높아져야 할 수도 있다.교과부 관계자는 “저출산에 따른 학력인구 감소 추세로 2018년부터 재정투자 여력이 발생할 수 있지만 고교 무상교육뿐만 아니라 유아 공교육 강화, 무상급식 확대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증가는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일각에서는 고교다양화 정책 추진으로 수업료 면제 방식보다는 영·유아 분야에서처럼 '바우처' 방식으로 지원하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의무교육 확대 관점에서 보면 초·중학교에서처럼 면제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현재 농산어촌, 저소득층 등 고교 학비를 면제받고 있는 학생은 전체 고교생의 33%에 달한다. 교과부는 나머지 67%의 학생들을 소득별로 4분의 1씩 4년간 나눠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교과부가 내놓은 방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 1% 포인트 인상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수입에서 일부를 떼 시·도 교육청으로 보내는 돈이다. 현재는 내국세의 20.27%가 정해진 비율이다. 지난해 내국세 수입이 약 179조원이므로 1% 포인트 인상이면 약 1조7900억원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다.교부금 비율 인상은 그러나 부처 간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일이다. 특히 예산을 배분해야 하는 입장인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교과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이 말만 나오면 질색을 한다”며 “‘총력 공격, 총력 방어’가 아니면 실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교부금 비율 인상을 놓고 부처 담당자끼리 욕설이 오간 일도 있었다고 한다. 다른 데서도 돈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세 수입이 있지만 술과 담배 소비가 줄면서 세입도 줄고 있다.중학교 의무교육은 1985년부터 2004년까지 단계적으로 완성됐다. 1994년까지 도서벽지와 읍·면 지역에서 의무교육이 실시됐다. 시 지역으로 확대된 건 그로부터 8년 뒤인 2002년부터 3년 동안이었다. 중학교 의무교육 완성이 늦은 이유도 예산 부족 때문이었다.교육 전문가들은 그러나 고교 무상교육은 중학교 의무교육보다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도시에 사는 고교생은 수업료로 연간 140만원 안팎을 내고 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학교운영지원비와 교과서 대금 부담도 연 40만∼50만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약 68만명(전체 고교생의 35.4%)이 수업료 지원을 받고 있으나 모두에게 전액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고교 졸업자는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대학생에 비해 훨씬 적다”면서 “재정이 제한돼 있어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면 반값 등록금 정책보다 고교 무상교육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