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녕선 KISDI ICT통계정보연구실 부연구위원] 한국 경제가 낮은 생산성 성장 속에서 바장이고 있는 모습은 더 이상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2000년대 유의미한 생산성 성장을 이룬 것이 무색하게도, 2010년 이후에는 지속적인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17년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으로 측정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36개 회원국 중 29위로 나타났다. 더하여, 2000년 대비 2010년대의 평균 노동생산성 성장률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에서, 성장률조차 빠르게 하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생산성이 하락하는 이유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특별히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기업체(사업체) 동학(firm dynamics) 측면에서의 접근법이다. 기업체 동학이란 기업의 탄생, 성장, 소멸 등의 움직임을 의미한다. 뛰어난 기술과 잠재력을 지닌 신규 기업의 진입,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기존 기업의 퇴출 같은 움직임은 기업이 속한 산업구조의 변화를 일으킨다. 이는 결과적으로 생산성, 고용, 기술변화 등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구체적으로, 기업체 동학은 어떻게 산업의 생산성 성장과 연결되는 것일까? 기업의 성장, 진입, 퇴출의 과정에서 노동과 자본 등의 자원이 비효율적인 곳에서 효율적인 것으로 재배분(reallocation)된다면,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귀결될 것이다. 물론 반대의 현상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효율성의 악화와 생산성 저하라는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이처럼 진입퇴출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 변화는 산업의 생산성 성장과 직결되는 요인이다.
기업체 동학을 통해 생산성을 바라볼 때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강점은, 기업의 이질성(heterogeneity)이란 돋보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은 동일하지 않다. 이질적인 기업들은 동일한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답안을 제출하고는 한다.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이 다르면 처방이 달라야 하듯이, 기업체 수준에서의 분석은 기업 간 차이를 고려함으로써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적절한 방안 모색을 돕는다. 이러한 장점을 생각하면, 한국 경제의 생산성 현황을 파악하고 성장 동력 회복을 위한 방법을 도출함에 있어 기업체 동학이 유의미한 접근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 실제로 기업의 진입퇴출이 한국의 생산성 성장에 영향을 주고 있을까? 만약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아무리 기업체 동학을 설명하고 의미를 정리해도 허무한 공기의 울림이나 아까운 지면의 낭비로 그치고 말 것이다. 다행히, 적어도 최근의 연구들을 보면, 기업 동학이 성장 동력 약화의 중요한 요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서도 생산성 둔화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중 기업 동학의 감소가 주된 요인임을 내세우는 결과들이 존재한다. 기업 동학의 감소는 산업 내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생산성 성장이 제약받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혁신 능력과 뛰어난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기업들이 등장하기 어려워지고, 비효율적인 기업에서 효율적인 기업으로의 자원 배분이 제약되는 상황에서는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기업 동학은 궁극적으로 자원의 재배분(reallocation)과 산업 구조 재편을 일으키고, 성장의 요인으로 작동하기에 함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생산성 하락, 이로 인한 성장의 저하는 더는 가뭇없는 현상이 아니며 현현하는 실체이다. 기술의 발전이 기세를 드높이고 변화는 기척도 없이 다가오는 시대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을 새롭게 이끌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업체 분석을 통해 한국의 기업 동학과 생산성 성장을 살펴보는 작업은 현상의 이해와 해결책 마련에 기여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