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분노 대신 전략으로 말하는 청와대를 기대한다

2019-11-13     한종훈 기자
권기식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최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국감장 돌출행동으로 인해 조국 사태 이후 경색된 여야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강 수석은 지난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고함을 지르는 등 항의해 야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강 수석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그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으며,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과 연말 예산안 처리 등 국회 현안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조국 사태 이후 야당이 보여준 거리 정치나 국회 무력화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 역시 국정에 대해 극한의 사보타지 정치를 하는 야당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다. 사석이라면 청와대 참모들의 개인적인 불만이나 감정도 용인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정의 중심인 청와대가 국회에서 야당과 감정적인 충돌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대야 관계의 책임자인 정무수석이 제1야당 원내대표의 질의 도중에 끼어 들어 고함을 치는 것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3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의 상황을 누구 보다 잘 아는 정무수석이라는 점에서 그의 행동은 더욱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제에서 국정의 양축은 청와대와 국회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정을 기획하고 정부를 이끌어 가는 전략사령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는 소리 없이 일하고 헌신하는 조직이다. 청와대가 정국을 시끄럽게 하는 전투부대 역할을 하고 야권과 대치하면 대통령의 입지를 좁히고 여당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는 역기능을 하게 된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분노에 사로잡힌 청와대가 대통령을 실패의 길로 이끈 사례를 여러번 경험했다. 이번 사태로 여론이 청와대와 야당간 갈등국면에 집중되고 대통령의 해외순방 행사에 대한 관심이 분산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최근 친여 행보를 보인다는 말을 듣는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지난 4일 “문 대통령은 참모 복이 없다. 청와대 비서실이 대통령을 잘 모시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얼굴을 깍아내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정국 불안의 중심에 서는 것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인 것이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과 공보수석을 역임한 그의 비판은 현 청와대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과거 무소불위였던 독재정권의 청와대와 달리 지금의 청와대는 권부로서의 기능이 약화되고 국민 친화적인 청와대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 역시 과거와 달리 연금 수준의 금욕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청와대의 변화와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일부 청와대 참모들의 일탈행동으로 빛이 바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청와대는 싸우는 곳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전략을 짜고 집행을 지휘하는 국정의 최고 전략사령부이다. 야전군처럼 싸우기 보다 차분히 국정 전략을 짜고 야권과 소통하는 청와대가 되어야 한다. 분노 대신 전략으로 말하는 청와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