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로또청약'과 청약가점, 그리고 30대의 좌절
[매일일보 김영배 기자] 주택청약통장 가입자 2500만명. 우리나라 인구를 감안하면 국민 2명 중 1명은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2500만명 중에 1순위에 해당하는 사람이 1400만명이 넘습니다. 청약통장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는데요. 1순위 자격을 갖췄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파트 청약에 참여하고 당첨되기 위해서는 바로 '청약가점'이라는 더 큰 벽을 넘어야 합니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기간(만점 32점)과 부양가족수(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을 종합해 84점을 만점으로 점수가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제도입니다. 당연히 무주택 기간은 길수록, 부양 가족은 많을수록, 청약가입기간은 길수록 가점이 높아지게 되죠. 단순하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30살에 결혼하면서 청약통장에 가입하고, 이후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며 살고 있는 45살의 가장이라고 하면 청약가점은 66점 정도가 됩니다. 당연히 이 기간 동안 집은 소유한 적이 없어야 합니다.
청약가점은 참여정부 시절이전 지난 2007년 9월부터 시행됐는데요. 당시 추첨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큰 집으로 옮겨가려는 수요자의 분양시장 진입을 막는다는 비판도 있었고, 청약경쟁률이 저조해 쓸모없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분양시장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청약가점의 위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강력한 가격통제에 나서면서 분양가와 주변 아파트 시세의 괴리가 더 벌어지면서 사람들을 분양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첨만 되면 강남은 20억, 용산은 10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여기에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공급부족을 우려한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서울의 경우 조금 괜찮다고 하는 곳은 세자릿수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더더욱 분양가 상한제로 강남에서 당첨되려면 70점이라는 점수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30대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인 것이죠.
청약가점의 중요성이 엄청나게 커진 것입니다. 청약가점의 벽이 높아지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상으로 표출되는 "아이를 더 낳아야 하나", "현금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냐"라는 불만이 그런 것들이죠.
그래서 청약가점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가 현행 제도를 고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수도권 30~40대 봉급생활자들의 이탈이 걱정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사실 청약가점제도의 취지는 맞습니다. 다만, '로또청약'이 부른 참사라고나 할까요? 어쨋든 지금과 같은 청약가점에 대한 불만이 계속된다면 청약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