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목고 폐지한다고 고교서열화가 사라지나...

2020-11-17     박규리 기자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우리 교육은 지금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교육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특권을 되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상실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이 공정하지 않다’는 국민의 냉엄한 평가를 회피한 채 미래로 가는 교육 혁신을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한 교육제도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교육 개혁 과제입니다." 이는 이른바 입시 불공정성을 화도로 던진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월 22일 국회에서 현 교육상황을 짚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정연설에서 밝힌 교육 개선방안은 교육부 차원에서 오는 2025년까지 자사고 폐지(외국어고·국제고 등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로 구체화된다.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 이슈는 교육의 형평성과 교육의 자율성 및 수월성 두 가치가 대립하고 조화하는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서 제4공화국때는 교육의 형평성 차원에서 고교 평준화 정책이 실시됐고, 이후 교육의 다양성 측면에서 제5.6공화국·김대중 정부 당시 외고와 자율형 사립고, 영재학교가 탄생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때는 다시 교육의 형평성에 대한 욕구가 강해져 특목고 교육 정상화 방안이 실시됐지만, 이내 이명박 정부에서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를 통해 자사고 51개교가 추가로 지정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때는 진보교육감과 정부의 갈등이 계속되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자사고 폐지가 확정된 상태다.  특목고 폐지를 찬성하는 측은 교육을 공적 가치로 보는 반면 후자는 시장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구체적으로 폐지 찬성 측은 특목고에 가기 위한 지나친 경쟁이 조기교육, 중학교 사교육비 지출 증가, 특권 학교들에 대한 대학입시에서 불공정한 입시전형 등을 불러 왔다고 주장한다. 반면 폐지 반대 측은 교교 하향 평준화 우려가 있고, 강남 8학군의 부활, 학교에 대한 자율권 침해, 공교육 획일화를 예로 든다. 또 다양한 수업방식과 양질의 교육을 받으려는 부모와 학생의 교육욕구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명 특목고는 일반고보다 동아리활동, 교내대회, 진로적성 체험 프로그램 등 비교과 활동이 다양하고 학생의 선택권이 넓다는 점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욕구가 충족되는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자사고와 특목고가 지금까지 지나친 사교육비 과열로 인한 계층간의 불평등을 야기해 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일반고의 상향평준화를 전제로 폐지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본래의 설립취지에 맞지 않게 입시사관학교가 되어버린 자사고와 특목고의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특목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바로 고교서열화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과거 특목고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도 강남 8학군이라고 하여 고교서열화는 분명 존재했다. 그렇다면 대입 위주의 한국교육 전체의 개혁이 필요하다. 입시 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자사고 존폐 여부와 상관없이 입시 위주의 교육과 고교서열화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정부는 자사고 폐지와 함께 대입 정시비율 확대, 오는 2025년부터 시행되는 고등학교 학점제 등 얼핏 보아도 모순된 정책을 어떻게 통합시킬지 우선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일반고의 상향평준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교육 혁명도 같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