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개문발차에 탄력근로제 불완전 합의...입법 난항·정부 미봉책

보완대책도 개문발차...부처 간 이견에 계도기간 특정 못해 환노위원장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체면세우기 입법 훼방"

2019-11-18     박지민 기자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정부가 내년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보완 입법이 지연되자 18일 처벌 유예 등 보완대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입법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52시간제는 시작부터 개문발차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사회적 합의가 나왔지만 여전히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불완전한 합의에 그쳤다. 그 결과 국회에서도 여야 간 이견이 팽팽히 맞서 입법이 지연되고 있으며 정부는 미봉책을 내놓는데 급급한 상황이다. ▮환노위원장 “대통령 체면살리기...입법 훼방” 이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도입을 사실상 연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사 간 쟁점 사항에 대한 해법 대신 시간을 미루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이번 정부 발표로 여야 간 대립을 격화시켜 연내 입법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여야 협상이 한창인 국회에 정부가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탄력근로제 보완입법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정부와 여당이 훼방을 놓고 있다”며 “행정입법으로 국회를 무력화하는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예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 조치는 정부 인가사항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허가도 받아야 하고 노동계와 합의도 해야 하는 이중삼중 규제다. 처벌 유예도 범법상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업 현장 목소리는 외면한 채 대통령 체면 살리기에 급급하다”고 했다. 국민과의 대화를 하루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정부가 성급하게 행정조치 카드를 꺼냈다는 비판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등 보완책 두고 여야 평행선 지난달 11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합의안을 최종 의결한 뒤 공은 국회로 넘어온 상태다. 하지만 업계의 목소리를 더욱 반영하자는 보수야당과 원안 통과를 고수하는 여당이 맞서면서 논의는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비롯해 보완책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경사노위 합의안보다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선택근로제 등 다른 유연근로제 확대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합의안마저 거부하며 대정부투쟁을 선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오히려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다른 쟁점 법안까지 패키지로 처리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이로 인해 여야 간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보수야당은 공무원 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를 인정하는 ILO 비준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갈등은 충분한 논의 없이 주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경사노위 합의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의 강경한 입장은 그대로이고, 업계는 새로운 문제점을 계속해서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대기업에 대한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때도 현장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자 9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처 간 이견으로 계도기간을 몇 개월 부여할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충분한 계도기간’을 준다는 선에서 발표했다. 이를 두고 보완대책마저 개문발차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