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놀고 노인은 일하는 시대

男 취업자, 60세 이상이 20대 추월…女 취업자는 50대 단독 30대 추월

2013-01-28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우리나라에 취업자 통계가 시작된 1963년 이래 처음 보는 현상이 등장했다. 60세 이상의 일하는 할아버지 숫자가 손자 뻘인 20대 남자 취업자보다 많아지고, 베이비 붐 세대에 해당하는 50대 여성의 취업자 수는 딸 뻘인 30대를 앞질렀다.1997년 IMF구제금융 이후 지난 26년 동안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이제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해지면서 그 심각성이 한계점을 넘은 모양새이다.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남자 취업자 중 60세 이상은 180만2천명으로 2011년(169만5천명)보다 10만7천명(6.3%)이나 늘었으나, 20대는 172만3천명으로 전년(173만4천명)보다 1만1천명(0.6%) 줄어들었다.취업자 비중의 연령별 순위를 살펴보면 40대(27.3%)-30대(25.3%)-50대(22.2%)-60세 이상(12.5%)-20대(12.0%)-10대(0.7%) 순으로 나타났다. 10대의 대부분이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20대가 취업자 비중에서 꼴찌를 기록한 셈이다.여자 취업자에서도 연령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난해 여성 취업자 중 50대는 215만6천명으로 전년(205만1천명)보다 10만5천명(5.1%) 늘어 처음으로 30대를 앞섰다. 30대는 전년(210만명)보다 1만4천명(0.7%) 증가에 그쳤다.50년 전 20대(지금의 70대)는 노동시장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963년 남자 취업자의 연령별 비중은 20대(26.0%)-30대(25.7%)-40대(20.2%)-50대(12.5%)-10대(10.9%)-60세 이상(4.7%) 순이었다.남자 20대는 1965년 30대에 1위 자리를 내주고 1996년에는 40대에 밀려 3위로, 2005년에는 50대에 밀려 4위로 밀려난 바 있다. 이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학업 기간의 장기화가 가장 큰 이유일 수 있지만 기업들이 새내기를 받아들이는데 인색해져온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대학과 첫 직장이 인생 전체 행로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인 한국 특유의 취업시장 구조에서 경기 침체로 인해 첫 직장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20대가 ‘스펙 쌓기’를 위해 고용시장 밖으로 벗어난 것도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반면 60세 이상의 경우, 기대여명이 늘어난 점과 함께 저금리 현상 장기화에 따라 저축자산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은퇴 이후에도 생계비 마련을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린 것이 취업자 수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한편 올해는 주요 기업들이 ‘고용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청년 일자리 상황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새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