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나홀로 인사’에 대형악재 ‘터질라’
장관 17명·5개 권력기관장 인사 검증, 정권에 큰 부담
2014-01-29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그의 ‘인사 스타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박 당선인 인사는 ‘신뢰’를 우선시하고 ‘논공행상’을 하지 않지만, 지나치게 ‘나홀로 인사’여서 검증에 늘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는 것이다.당선 후 한 달을 넘긴 28일까지 보여준 박 당선인 인사에 ‘측근 우대’는 없다. 박 당선인은 또 믿음이 가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박 당선인은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김용준 위원장에게도 깊은 신뢰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문제는 그러나 박 당선인이 인사를 하면서 어디서 추천받고 누구와 함께 의논하는지, 또 어떤 검증 절차를 거치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입단속도 철저하다.대개 언론을 통해 하마평에 오르면 어느 정도 검증이 되는 측면이 있는데 이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 극소수 측근들과 논의하다보니 ‘나홀로 인사’가 될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런 비밀 인사는 공표 즉시 허점을 보이고 있다. 김 지명자 아들의 병역 면제 논란과 재산 증여 논란 등이 대표적 예다. 병역·재산 등은 검증의 기본 중에 기본이란 점에서 공적 기관을 통해 서류 검증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나온다.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박 당선인이 비선 라인을 통해 해온 비교적 작은 인선은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하지만 청와대나 내각으로 커지면 어디선가 비는 곳이 생긴다”고 말했다.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비록 현재는 의혹 제기 수준이지만, 사안의 성격이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여권 내에서도 “검증은 제대로 한 것이냐” “김 후보자에게 이런 의혹이 있을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박 당선인측도 여론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가 감지된다.당선인의 한 측근은 김 후보자 관련 의혹이 이어지면서 당선인측 분위기가 달라졌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달라진게 없다. 본인이 해명할 거라고 본다”면서도 “우리측 입장은 이야기하지 않겠다” 며 말을 아꼈다.이런 가운데 문제는 박 당선인의 ‘나홀로 보안 인사’라는 지적이 더욱 거세지는 기류다.당선인과 가까운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박 당선인의 인선 스타일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인선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전혀 모르는데 인선 스타일을 어떻게 논의할 수가 있겠느냐:고 우회적으로 인선 스타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심지어 최측근마저도 인선 이야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는 얘기”라며 손사래를 칠 정도라면 인선의 ‘폐쇄성’이 심각하다는 해석도 나온다.박 당선인이 향후에도 인사 스타일을 바꿀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박 당선인을 2007년 경선 당시부터 봐온 한 인사는 ‘김용준 논란’을 계기로 박 당선인의 인선 스타일이 보다 개방적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해 "박 당선인은 쉽게 바뀌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정말 사고가 크게 터져 도저히 바뀌면 안될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박 당선인은 앞으로도 안바뀔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박 당선인이 주중 일부 국무위원 인선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각 인선에 필요한 검증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관심사다.조각 인선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상징하는 얼굴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중요성이 크지만 김 지명자의 각종 의혹에서 보듯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박 당선인 측은 김 지명자와 관련, “첫 총리를 지명하는데 아무런 준비없이 할 리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철저한 검증이 생략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관측이다.일례로 김 지명자의 땅 투기 의혹, 두 아들의 병역이나 서초동 땅 보유 문제는 검증과정에서 가장 먼저 불거질 사안인데도 이를 제대로 파헤친 듯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이들 문제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면 지명자 발표 이전부터 관련 자료를 모두 준비해두고 논란 즉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것이 상식인데 그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인선의 기본 중 기본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검증을 요청하는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과거 정권의 검증담당 인사는 “통상 검증자료를 모두 마련한 뒤 지명자를 발표하는데 총리실이 발표 이후에 청문회 자료를 준비하는 것을 보며 의아했다”며 “특히 법관이나 교수 출신을 인선할 때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앞으로 진행될 조각 인선이 더 큰 과제라는 우려가 많다. 17명의 장관을 비롯해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인사청문회를 거쳐야할 대상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전문적이고 꼼꼼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김 지명자 케이스처럼 인선 자체가 국민적 반감을 사고 새로 출범하는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이명박 정권 출범 때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인맥), ‘강부자’(강남 땅부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각 인선에 실패하면서 정권 초기부터 국민적 반발을 산 경험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더욱이 20명에 육박하는 조각 인선을 진행하려면 현재 당선인 비서실에 배치된 검증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박 당선인이 보안과 검증은 별개라는 인식을 갖고 청와대의 검증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조각 인선의 실패 위험성을 줄이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 많다.이명박정부가 2008년 정권 출범 때 조각 인선을 둘러싼 논란을 빚은 것도 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직전 정부와 유기적인 협력체제가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강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한 정치전문가는 “박 당선인의 검증 시스템이 부실이라는 것이 김 지명자 인선을 통해 드러났다”며 “보안을 지키더라도 청와대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철저한 검증을 진행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