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소미아 연장 위해 주한미군 일부 감축까지 거론”
日언론 외교전 내막 보도 “워싱턴 파괴력 엄청나다. 한국을 옥죄었다”
2019-11-24 조현경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연기 결정한 가운데 미국이 지소미아 연장을 위해 주한미군의 일부 감축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24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18~19일 지소미아 문제로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1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 주한미군 축소를 시사한 백악관 관계자와의 면담 결과를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2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 늦은 밤 전화해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강 장관이 NSC회의에서 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외교적 역풍에 대해 강하게 우려했고 22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급하게 귀국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강 장관의 이 같은 견해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압박에 결국 한국 측은 “대의명분만 주면 협정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일본에 전달했으나 일본은 “협정 파기도 어쩔 수 없다”고 냉담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일본과의 분쟁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일본에 전했고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규제 관련 국장급 회의를 열자고 한국 측에 제안해 한국이 이를 수용하면서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결정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의회에 대해서도 물밑 작업을 해 미국 상원이 21일 지소미아 협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내용의 결의를 가결했다”며 “워싱턴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한국을 옥죄었다”는 총리 관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또한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도 “아슬아슬한 협상에서 한일 외교가 기능을 발휘했다면 훌륭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양쪽 모두 미국의 강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한 발짝 물러섰다”고 평가했다.
한편 청와대는 지소미아 연장 결정 배경에 대해 일본 측에서 먼저 화이트리스트 복원 재검토 의향을 전달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가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열어서 (한국의) 수출관리 운영실태의 신뢰성 확인을 통해 재검토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을 외교 경로를 통해서 전달해왔다”며 “그래서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겠다는 결론을 논의 끝에 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