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해상풍력발전소 시작부터 '풍랑'
제주도, 주민의견 반영키로…환경영향평가부터 재검토될 듯
2014-01-30 성현 기자
제주도는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29일 실시하려던 대정해상풍력발전사업 주민설명회를 다음달 13일로 연기했다.
이는 이 사업과 관련,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공람 이후 지역 어민들이 사업 철회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역 어선주들을 비롯한 어민들이 공동성명을 내며 반대 입장을 보였고 현행법상 주민 설명회는 인허가 절차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여론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일정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 2㎞ 지점 해역 29㎢를 대정해상풍력발전지구로 지정키로 하고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공고, 다음달 14일까지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이곳은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발전시설이 된다.
사업은 한국남부발전과 삼성중공업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인 ‘대정해상풍력발전’이 진행할 예정으로 이들 기업은 2016년까지 9000여억원을 투자해 7㎿급 29기 203㎿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8일 ㈔모슬포어선주협회 등은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정해상풍력발전 시설이 어업인의 생존권을 박탈한다”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해상풍력발전이 추진되는 수역은 수십년 전부터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 인공어초 수 천개가 설치된 곳으로 연근해 어선들이 삼치, 참돔, 멸치 등을 어획하는 황금어장”이라며 “하절기에는 갈치 채낚기 어선들이 모슬포항으로 입출항하는 길목이며, 동절기에는 거친 파도를 피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항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곳이 침범당하면 바람의 영향을 거세게 받아 조업할 구역이 없어진다”며 “지난해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청원을 제주도의회에 접수한 바 있지만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초안 주민공람 및 주민설명회를 서두르는 등 사업추진을 위한 절차를 요식행위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어업인 주장을 무시하고 제주도와 한국남부발전이 사전 각본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투쟁을 본격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제주도는 주민설명회를 연기한 대신, 지난 29일 오후 4시 어선주와 어촌계장, 어업민들을 대상으로 이번 사업에 대한 입장을 듣는 시간을 갖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이 사업은 일정 부분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경영향평가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지역 어민들이 앞선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것이 뒷받침한다.
이들은 “환경영향평가 초안의 분야별 참여자 명단을 보면 평가대행자 70명중 수산분야 전문가나 수산업 종사자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육상과 달리 해상에 시설되는 사업의 경우 수산분야 전문가가 전무하다는 것은 환경영향평가 자체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해상이 아닌 육상풍력발전의 선례를 기준으로 작성돼 있었으며 이로 인해 환경피해 저감방안이 부실하고 이마저도 공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이들은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아직 실시설계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며 며 “어선주들의 입장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