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네르바 무죄 선고…검찰 "즉시 항소"
법조계 "미네르바 무죄, 무리한 법 적용·수사가 원인"
2010-04-21 사회부
[매일일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는 20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유포)로 기소된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31)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박씨가 허위사실을 인식하고 글을 올렸다고 보기 어렵고 알고 있었다하더라도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재판부는 그러나 박씨 측이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이 '공익'의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며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기각했다. 박씨는 지난해 7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정부가 환전업무를 8월1일부로 중단하게 됐다'는 내용의 글 등을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법원이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검찰의 항소여부와 상관없이 박씨는 이날 수감됐던 구치소에 들렀다가 올 1월22일 구속기소된 이래 3개월여만에 석방된다. 이와 관련 박씨의 아버지 박기준씨(66)는 이날 판결을 지켜본 뒤 "무죄일 줄 알았다"며 "다만 "일주일 후면 아들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3개월이나 걸렸다"고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박씨의 변호인 박찬종 변호사는 "변호인단은 무죄를 확신했지만, 시국 사건이라 (법원이) 선뜻 무죄 판결을 내릴 지 확신할 수 없었다"며 소감을 전했다.한편 검찰은 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 즉각 항소 방침을 알리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며 "즉시 항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관계자는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법원이) 증거의 취사선택을 잘못해 사실관계에 대해 오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객관적으로 박씨가 명백한 허위사실을 인식했다는 증거를 배척해 공익침해 목적에 대한 법리를 잘못 적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검찰은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자신의 글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글을 수차례 올렸으며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징역 1년6월을 구형한 바 있다.
법원이 이처럼 박대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의 무리한 법 적용과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논평을 통해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는 '허위 통신'만을 처벌하고 있을 뿐이므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까지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한 확장해석"이라며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추상적인 잣대로 개인을 쉽게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 이번 판결로 드러났다"고 풀이했다.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시변) 이헌 공동대표는 "검찰이 박씨에 대한 처벌 및 입건 과정에서 우려할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적용 법률과 조항이 부적절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기통신기본법의 구속 요건이 애매하기 때문에 인터넷 규제에 대한 입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들은 "박씨가 공익을 해할 목적이나 허위 통신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구속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미네르바 무죄', 여 "존중" 야 "마녀사냥 검찰 반성해야"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의 무죄 판결에 대해 여당은 신중한 입장을, 야당은 사필귀정의 당연한 결과라며 강력하게 비판해 여야간 서로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사법부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입법부가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민주당 전병헌 의원을 비롯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 8명 전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필귀정이고 당연한 결과"라며 "사법부의 지극히 상식적이며 현명한 판결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은 논평을 내고 "당연한 결과이자 예견된 판결"이라며 "과잉수사나 짜맞추기 수사, 여론몰이식 수사, 보복용 수사를 한다면 이는 검찰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이며 이를 계기로 검찰은 사회적 논쟁을 야기한 사건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하게 형사소송법의 불구속수사 원칙을 보다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도 보도자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한 평범한 인터넷 논객을 하루아침에 공익을 해치는 죄인으로 몰아 마녀사냥 한 검찰은 반성해야 한다"며 "다시는 이 같이 비상식적이고 파괴적인 인터넷 여론통제와 탄압이 재발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창조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온라인 공론화장에 글을 올린 개인에 대해 공권력을 들이댄 것은 한국판 코미디의 진수이자 자유 민주주의의 후퇴였다"며 "정부는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 차제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