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집값 안정 원하면 3기 신도시 즉각 중단하라”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한 지 1년여가 흘렀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무주택서민들의 내 집 마련 불안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양질의 저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국민 땅 헐값 강제수용, 그린벨트 파괴, 개발정보 사전유출 등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철학 없이 졸속추진되는 토건개발사업이라는 비난만 커지고 있다.
신도시 개발의 가장 큰 이유인 집값 안정, 서민주거안정과 관련해서도 2기 신도시 정책은 실패했다. 과거 70~80년대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주택난 해소를 위해 정부 주도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은 불가피했다.
전두환 정부는 이를 위해 개인 땅을 빼앗을 수 있는 강제수용권을 공기업에 부여했다. 대신 철저한 분양가 규제정책으로 무주택서민에게 저렴 주택을 공급했다. 당시 강남 대치 은마아파트의 시세가 평당 400만~500만원이었는데 분당 분양가는 시세의 절반도 안 되는 평당 180만원이었다.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뿐 아니라 집값 안정 효과도 가져왔다.
2기 신도시 개발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1999년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폐지하면서 강제수용 후 개발된 신도시에서조차 바가지 분양이 이루어졌다. 대표적 사례는 판교신도시다. 판교 수용가는 평당 93만원으로 택지조성공사비, 법정 건축비 등을 더하면 분양가는 아파트 평당 700만원 이하로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적정 원가의 2배에 가까운 1200만원에 공급됐다. 부풀려진 바가지 분양으로 토주공, 지자체, 건설업자 등에게 돌아간 이익만 6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강남 집값은 판교 개발 이전보다 3배로 상승했다.
대치 은마아파트는 판교 분양 전인 2001년 2억원대였지만 판교 분양 후인 2007년에는 11억원까지 상승하면서 ‘판교발 투기 광풍’만을 보여줬다. 원가를 부풀린 바가지 분양은 최근 더 심각해졌고 위례, 과천 신도시 등에서는 건설사들이 책정한 건축비만 평당 900만원대로 치솟았다.
장기공공임대 확충에도 실패했다. 강제수용했음에도 대부분 택지를 민간에 팔아버린 탓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이후 공기업 부채논란으로 수십 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해왔던 택지개발사업에 민간참여가 허용되면서 재벌건설사 특혜사업으로 변질됐다.
이처럼 바가지 분양, 공기업의 땅장사, 민간참여 등의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음에도 정부는 근본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3기 신도시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실패한 판교식 개발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3기 신도시 사업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집값 상승의 원인은 도시재생 뉴딜, 다주택자 세제와 자금대출 완화 등 투기세력에 꽃길을 깔아준 정부의 투기보장책이지 주택부족이 아니다. 정말로 집값 안정을 원한다면 투기 조장하는 3기 신도시 개발을 중단하고 투기세력이 주택을 쇼핑하듯 사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조세·금융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무주택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해 평당 500만 원대 토지임대 건물분양 주택 등과 같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면 공기업에 부여된 강제수용, 용도변경, 독점개발 등의 막대한 특권도 박탈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