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韓~아세안 오가는 하늘길 넓어졌다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로 싱가포르·브루나이 등 항공자유 합의 싱가포르·브루나이 포함 동남아 전체와 항공분야 협력 강화 기대 다만 LCC 취항 제한적·외항사와의 경쟁으로 수익 창출은 미지수

2020-11-26     박주선 기자
여행객들로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정부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싱가포르와 브루나이 등 직항 항공자유화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아세안 지역을 오가는 하늘길이 대폭 넓어지면서 일본 수요 감소로 부진에 빠진 국내 항공업계가 새로운 수익 창출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과 24일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각각 직항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었다. 현지 공항 여건만 맞으면 어떤 항공사든 자유롭게 노선개설 및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포함한 동남아 전체와 인적·물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아세안 국가들과 항공분야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협약으로 연간 탑승률이 90%에 육박하는 인천발 싱가포르 노선의 경우 2003년 이후 16년 만에 노선확대가 가능해졌다”며 “공급좌석 증가는 물론, 그간 진입하지 못했던 저비용항공사에도 취항 길이 열려 장차 운임인하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싱가포르행 노선의 탑승률은 대한항공(89.5%), 아시아나(88.9%), 싱가포르(88.2%), 스쿠트(89.5%)에 달한다. 국토부는 이밖에 인천·김해공항 뿐만 아닌 지방공항에서도 항공수요에 따라 항공사가 자유롭게 노선을 개설할 수 있게 돼 지역 거주민의 해외여행 편의가 증진되고,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보다 편리하게 우리나라의 지방을 방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루나이의 경우, 아세안 10개국 중 9번째로 한국과 직항자유화에 합의한 국가가 됐다. 한국과 브루나이와 1992년 항공협정을 체결했다. 2004년 양국 간 주 2회 항공기 운항에 합의했으며, 2015년 항공회담에서 주 5회까지 늘리는 것에 합의한 바 있다. 4년 만에 열린 이번 항공회담을 통한 직항자유화 합의로 한국과 브루나이는 직항노선에 대해서는 운항도시, 운항횟수, 운항 기종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게 됐다. 또 타국을 경유해 우리나라와 브루나이를 운항하거나, 한국과 브루나이가 상대국을 경유해 타국으로 운항할 수 있는 권리는 주 4회 신설함으로써 우리나라의 항공 네트워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협정이 실제 항공사의 수익 창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해당 노선에 새롭게 취항할 수 있는 항공사가 제한적인데다 외항사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브루나이 노선은 국적사 중 유일하게 대한항공이 로열브루나이항공과 공동운항(코드쉐어)으로만 운항하고 있다. 항공자유화 협의 전에도 운수권은 보유하고 있었지만 단독 취항에 나설 만큼 수요가 많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이유로 브루나이 노선을 운항하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노선의 경우, 인천발과 부산발 탑승률이 모두 90%대에 육박해 알짜 노선으로도 불린다. 국적사 중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발 노선을, 제주항공이 부산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외에 국내 LCC들은 해당 노선을 쉽게 운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부분 운항거리가 짧은 보잉 737 기종을 보유하고 있어 비행거리가 7시간에 달하는 싱가포르 노선을 운항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에어부산만이 유일하게 내년 2월과 4월 각각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에어버스 321 네오 LR 항공기 2대를 도입해 싱가포르 취항이 가능할 전망이다. 네오 LR의 최대 취항 거리는 7400km로 보잉의 737맥스(6580km)보다 길다. 항공 자유화에 따른 외항사의 한국 노선 확대도 부담이다. 국내 항공사의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외국항공사의 시장 진입도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양국 항공사가 상대국 여객을 태워 제 3국으로 운항할 수 있는 횟수도 늘어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정을 계기로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포함한 동남아 전체와 항공분야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국내 항공사들의 수익 창출로까지 이어지기는 힘든 부분이 많다”면서 “외항사들이 발 빠르게 노선을 확장할 경우, 오히려 이에 따른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