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아동수당 10만원에 애 낳는 젊은 부부 과연 있겠나
2020-11-28 매일일보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체(중소·중견기업)들의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대해서 법정 노동시간 위반시간을 어기더라도, 처벌을 9개월 이상 유예하기로 했다. 또한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기업의 업무량 급증과 같은 ‘경영상 사유’를 포함하기로 했다. 특별연장근로는 기존에는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시’에만 허용돼 왔기에 이번 조치로 인가 요건이 완화된 셈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뿐만 아니라, 이제는 근무시간 격차까지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 해 2020년 최저임금도 2.9%인상 된 8590원이다.
우리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대기업만 입사하려고 한다고 비난할 이유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근로시간 격차는 청년들의 혼인률 저하와 저출산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올해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2018년 합계 출산율은 0.98명으로 32만 명이 태어났다. 올해 전망치도 0.9명 언저리로 3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합계 출산율은 가임여성이 평생 낳는 아기수인데 1명도 안된다면 한 세대마다 인구의 절반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처럼 출산율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원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청년 취업난이다. 번듯하지는 않더라도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일자리 없이 결혼을 하기도 어렵고, 결혼한다고 해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꿈같은 얘기가 되는 세상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4년여 가까이 줄어드는 출산율 이면에는 8년째 감소하는 결혼이 있다. 취업난외에도 개인을 중시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요즘 젊은이들의 경향도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핵심은 돈이다. '결혼은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20대의 6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출산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결혼한다고 해도 아동수당 10만원에 애를 더 낳겠다는 젊은 부모가 과연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 궁금할 뿐이다.
계속되는 저출산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고령자 부양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여력은 떨어지고 이는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악순환의 시작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저출산의 근본원인인 청년 취업난과 관련해 암울한 소식이 더해지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청년 3명 중 1명은 놀고 있고, 첫 일자리를 구하는데 평균 11개월이 걸린다. 그나마 취업자 절반가량의 첫 직장 월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150만 원도 안되고,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가 첫 직장인 경우가 5명 중 1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하며, 출산을 꿈꾸겠는가.
취업률 저하, 혼인율 저하, 출산율 저하. 우리는 심각한 악순환에 빠져 있다. 혁명적인 정책으로 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