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전 대법관, 후임 총리 후보로 급부상

‘도덕성·청렴’ 두루 갖춘 인사라는 평

2014-01-31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전격 사퇴에 따라 후임 총리 후보자로 안대희 전 대법관(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급부상하고 있다.지난달 3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및 새누리당에 따르면 김 총리 후보자의 갑작스런 낙마로 시간부족과 인선폭 제한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박 당선인이 자신과 호흡을 같이 해온 인물들 가운데서 후보자를 물색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안 전 대법관이 총리 후보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안 전 대법관은 2006년 임용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2006년 임용 당시)를 통과한 점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해 온 ‘전문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인수위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안 전 대법관이 (총리후보자로)거론된 것은 맞다”면서 “결국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위에서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최종 발표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새 정부 출범이 오는 25일로 예정된 가운데 인사청문회 등을 감안하면 박 당선인은 총리 후보자 인선을 늦어도 5일까지는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박 당선인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도덕성과 청렴’ 이미지를 갖춘 검증된 인사 발굴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안 전 대법관을 포함해 2∼3명의 인사들로 후보군이 압축된다.이 가운데 안 전 대법관은 지난 대선에서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을 맡아 여야 공통의 과제로 부상한 ‘정치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박 당선인과 좋은 호흡을 맞췄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안 전 대법관이 전문성은 물론,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국민통합’이라는 가치에도 적합한 인물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특히 청렴하고 합리적인 이미지를 갖췄다는 점도 최적의 카드라는 시각이 있다.안 전 대법관은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대검찰청 중수부장을 맡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 여야를 가리지 않는 스타일로 ‘국민검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0년에는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고위 법관 평균 재산 19억의 절반 수준인 8억1732만원을 신고해 ‘청빈 검사’라고도 불렸다.안 전 대법관은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지내는 동안 ‘선진통일당과의 합당 및 민주계 인사 영입’ ‘정수장학회에 대한 박근혜 후보 입장’ 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소신이 강한 인사로 정평이 나있다.지난 2006년 6월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점도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안 전 대법관은 남기춘(사법연수원 15기) 전 서울서부지검장과 이상민(18기) 전 춘천지법 원주지원장, 진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등과 친분이 깊다.남 전 지검장과 이 전 지원장은 안 위원장이 정치쇄신특위에 추천한 인물로, 박근혜 당선인의 당선에 적잖은 역할을 했다.안 전 대볍관의 애제자로 불리는 남 전 지검장은 새 정부에서 상설특검이나 특별감찰관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 전 지원장은 서울고법 지적재산권 전담 판사와 춘천지법 원주지원장을 거쳤으며 2007년부터 로펌 ‘율촌’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정치쇄신특위 산하 클린검증소위원회를 맡아 박 당선인과 친인척·측근에 대한 검증과 관리를 맡았다.진 부위원장은 안 위원장의 사시 동기(17회)이자 경기고 5년 선배이기도 하다. 진 부위원장은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대선공약 개발 실무를 총괄 담당한 실무형 실세다.이외에도 하마평에 올랐던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 전 소장과 목 전 재판관 역시 각각 2007년과 2006년 임명 때 청문회를 거쳤다.조무제 전 대법관도 ‘청렴’ 인물로 꼽혀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조 전 대법관은 청문회 도입(2002년) 이전에 대법관에 임명됐지만 1993년 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고위 법관 중 가장 적은 6400만원을 신고해 ‘청빈 판사’라는 별명을 얻었다.한편 소신을 갖고 대통령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총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당선인에게 국정운영에 대한 직언을 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권의 2인자인 총리가 이런 역할에 적합하다는 것이다.새누리당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박근혜 당선인이 국정운영 전반을 총괄한다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미리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며 “당선인 곁에서 지속적으로 위험신호를 보내는 인물이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에 맞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행정 경험이 있어 국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 정치 감각이 어느정도 겸비된 인물이면 큰 무리없이 당선인과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조해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각을 총괄해 각 부처 업무를 파악하고 정무적 현안을 소통하고 이끌어가는 능력이 총리의 조건”이라고 했다.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당선인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총리, 아닌 것에 대해선 과감하게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는 총리여야 한다”며 “측근들이 노라고 말하기 어려운 우리 현실에선 2인자 격인 총리가 그런 역할을 해줘야 다른 사람들이 소신대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당 관계자는 “총리 후보군이 3~4명 정도로 압축된 걸로 안다”며 “박근혜 당선인의 막판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박 당선인은 지난달 30일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정무분과 업무보고 및 국정과제토론회에서 “국무총리와 각 부처의 장관이 책임 있게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저는 할 것”이라며 “국무총리와 장관이 소신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누구?

부산 태생으로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 3학년 때인 1975년 사법시험(17회)에 합격했다. 그 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가 군 법무관을 마친 뒤 바로 검사에 임용돼 대학은 졸업하지 못했다. “가방 끈이 짧아 아는 게 없다”는 농담을 즐긴다.80년 서울지검 검사로 시작해 ‘특수통’으로 성장했다. 81년 ‘저질 연탄’ 수사를 기억에 남은 사건 중 하나로 꼽는데, 당시 경제를 망친다는 비판이 일며 지휘 간부들이 줄줄이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고 한다. 요직으로 꼽히는 대검 중수1·3과장, 서울지검 특수 1·2·3부장 등을 모두 거쳤지만, 검사장 승진에서 두 번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대중에 이름을 알린 것은 사시 동기인 노무현 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장을 맡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하면서부터다. 당시 정권 실세였던 안희정 최도술씨 등 정치인 40여명을 기소하고 대기업 총수들을 줄소환 하는 등 성역 없는 수사로 인기를 얻어 팬클럽까지 생겼다.당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으로 몰려 만신창이가 됐지만,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이 새 대표를 맡아 ‘천막당사’ 시대를 열면서 정치적 발판을 굳혀 인연이 꽤 깊은 셈이다.

부산고검장, 서울고검장을 거쳐 2006년 대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에 25년째 살고 있는 등 재산도 많지 않아 청렴한 공직자로도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