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정유업계가 올해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유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동안 정제마진이 줄어 실적이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정유사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실적을 거둬 실적 개선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이다.
정유업계내 실적은 국제 유가 등 국내외 시장여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 있지만, 올해 실적 악화는 경영진에게 책임경영 측면에서 우려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특히 정유업계가 석유·화학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데다, 각 정유사가 그룹 내 수익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어 현금배당성향이 높다는 점에서 영업이익 감소는 부담이 크다. GS칼텍스의 현금배당성향은 지난 2년 동안 40%를 유지하고 있고,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0.96%, 재작년 73.94%의 높은 배당률을 보였다. S-OIL은 2017년 55.11%에서 지난해 33.88%로 다소 줄었지만, 올해 65.54%로 다시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정유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GS칼텍스는 올해 3분기 매출 8조9457억원, 영업이익 3222억원을 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8.8%, 영업이익은 49.3% 급감했다. 특히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2109억원으로 전년보다 54% 감소했다.
다른 정유사 사정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영업이익이 3301억원으로 전년대비 60.5%, 매출액은 12조3725억원으로 전년대비 17.3% 감소했다. 특히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65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6.4% 급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매출액은 5조3040만원으로 2.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78억원으로 전년대비 34.3% 줄었다. 에쓰오일(S-OIL)은 3분기 영업이익이 2307억원으로 전년대비 26.9% 감소했다. 매출액은 6조2345억원으로 전년보다 13.3% 감소했다.
정유사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현금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배당률을 높여야 하는데 이 경우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당률을 높인 것으로 세간의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각 정유사는 올해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CEO의 위상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고, 무엇보다 오너가에서 직접 대표를 맡는 등 신변에 큰 변동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적 악화의 책임이 임원 인사로 불똥이 튈 가능성은 없지 않다.
GS칼텍스는 올해 1월 오너가 4세인 허세홍 사장이 대표로 부임했다. 허세홍 대표는 GS글로벌에서 2017~2018년 기간 대표로 지냈다. 올해 부임한 만큼 내년에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오일뱅크 강달호 사장은 임기가 2021년까지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안정을 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현대오일뱅크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졌다. 반면, S-OIL의 후세인에이알-카타니 대표의 임기는 1년이지만, 정유업계 내 유일한 전문 경영가로 석유화학 업계 내에서 경력이 S-OIL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유업계는 내년 IMO2020 시행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등 수익성 향상이 예상되는 만큼, 내년 시작을 앞두고 실적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