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4차산업과 건축현장

2019-12-03     김서준(土美) 도시로 재생연구소 소장
김서준(土美)
[김서준(土美) 도시로 재생연구소 소장] 상업, 금융, 보험, 수송 등의 3차산업에 이어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의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이 빠른 속도로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있다. 드론을 띄워서 인간의 스케일을 뛰어넘는 한계를 보여준다. 2D프린팅의 한계를 뛰어넘는 3 D프린터는 평면의 기술을 입체화해 작업공정을 단축시키고 결과물을 실체적으로 예측하게 만들어 준다. 또 사물인터넷(IoT)를 이용해 기계와 대화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변화돼 가고 있지만 건설현장이나 건축현장은 아직 사람의 손과 눈 등의 감각이 군데군데 필요한 산업이다. 제아무리 도면을 완벽히 그린다고 해도 시공을 적용할 때는 수정 보완할 일이 많다. 2D에서의 그림을 3D로 구현함에 있어서 조율과 균형적인 지적은 로봇이 결정하지 못하는 분야인 것이다. AI는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해 바둑9단을 이기기도 하지만, AI에게 도면을 주면서 건축현장의 돌발상황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지는 못한다. 착공부터 준공까지 시시각각 선택의 결정이 필요하고 사람의 손과 힘을 의지해서 완성해 나가는 건축현장은 그야말로 10년 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게 없는 느낌이다. 여전히 사람의 생각은 각자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사물에 대한 관점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 속에서 오류와 실수도 생겨서 이상향과 현실과의 차이를 수정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건축현장은 설계자의 의도를 현실과 현장에서의 끊임없는 타협으로 만들고 다듬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디지털화된 정보와 지식이 쌓이고 그것들의 가공이 재화가 되느냐, 마느냐와 기존의 물성과 실체들은 이제 주류자리를 내놓은 시점까지 도달한 듯 하다. 시간과 고도화된 서비스가 주류가 됐다고 한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의 손이 가는 건축설계와 시공현장은 빠른 시간 속의 망부석이 된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거나 공정상의 선택을 놓치면 어김없이 공정을 되돌려서 다시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준다. 거기다가 시급 상승의 바람까지 불어닥친 건축현장은 그야말로 직장인의 칼퇴근이 버금갈 만큼 시간에 대한 엄수가 좀 더 정확해지고 있다. 작업에 대한 프로페셔널 정신은 고사하더라도 고용주나 예산팀은 건축현장에서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됐다. 사람의 손과 기억을 대신하는 자재 유통과 채널 속에서 사람 손기술은 여전히 필요하고 절실한 곳 중의 하나가 건설, 건축현장인 듯 하다. 정보의 유통과 콘텐츠가 기존의 제조와 물성을 향해 조소를 보낼 때 가구, 식품, 의류, 행동, 관계 이 모든 것이 담겨지는 곳은 물성의 대표주자인 건축물이다. 건축물을 만들고 변화돼 가는 과정은 결국 사람의 손으로 완성해 나가야 하는 대상이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바둑9단과 AI가 다시한번 치수고치기를 통해 바둑대국을 앞두고 있다. AI를 만든건 인간이지만 AI가 인간을 이기는 것을 당황해 하며 우리의 삶을 좀더 편하게 진보시키고픈 인간의 끝없는 모순적 욕망 속에서 '건축물'이라는 인간 노동력의 총체의 일터를 오히려 감사하게 여겨야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