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대 룰’ 놓고 끝장토론

시기·모바일투표 존폐·지도부 임기 등 계파 간 공방

2014-02-03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지난 1~2일 이틀간 개최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전대 룰’을 둘러싸고 당권을 차지하려는 친노·주류 그룹과 비노·비주류 그룹 간의 치열한 격론이 벌어졌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 새 지도부 임기 등과 특히 모바일 투표 존폐를 놓고 주류·비주류가 맞서면서 전당 대회 준비과정에서부터 진통이 있었다.

임시전대 vs 정기전대

전당대회 일정에 대해 준비기간을 고려해 5월에 열자는 주장과 비상시기인 만큼 가능한 빨리 열자는 주장이 대치됐다.김성곤 전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워크숍에 앞서 배포한 자료집을 통해 “지도부 임기를 2년으로 하는 정기전대를 치를 경우 시도당 및 지역위원회 개편 일정 등을 감안할 때 5월 중순께 전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임시전대의 경우 이번 전대 개최 후 8~10개월 만에 다시 전대를 개최하는 것은 당력낭비가 있을 수 있다”며 “임시전대의 경우 준비에 약 60일이 소요되므로 사실상 3월 전대는 어렵지만 4월 전대도 4·26 보궐선거와 시기상으로 중첩 된다”고 ‘5월 전대론’을 주장했다.반면 조일현 강원도당 위원장은 임시전당대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조 위원장은 “임시전대를 해야 새 지도부를 빨리 세울 수 있다”며 “전대는 되도록 빨리 하되 새 지도부 임기는 다음 지방선거까지로 연기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서재관 제천·단양 지역위원장도 “비대위 기간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일 내에 당헌대로 임시전대를 하면 된다. 앞으로 10개월도 더 남은 정기전대를 왜 당겨서 하자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빨리 임시전대를 열어서 새로운 지도부가 혁신과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강기정 의원은 “이번 전대는 중앙위를 열어서 새로운 과제를 준비하는 (임기가) 내년 1월까지인 대표를 뽑는 약식전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민병두 의원은 10월 재보선 대비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새 지도부는 중앙위에서 선출했으면 한다. 내년 1월에 이런 난관을 거친 후 자체적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는 힘을 확보하기 위한 진정한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당 지도체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참가자들은 이와 관련해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운 단일지도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김 위원장은 “단일이냐 집단지도체제냐의 문제도 있다. 집단도 순수집단지도체제와 단일성 집단지도체제가 있다. 현재는 순수집단체제다”라며 “나눠 먹기식 계파싸움이 되는 등 폐해를 갖고 있어 적어도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좋지 않다. 최고위원 권한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당대표는 별도로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현재 민주당의 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하는 ‘순수 집단지도체제’지만, 당 내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해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단일성 집단 지도체제’로 바꾸자는 분위기다.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순수 집단지도체제에 비해 당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집행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고위원의 견제가 약화될 경우 당 대표가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할 수 있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조일현 강원도당 위원장은 “지도체제는 단일이 맞다고 본다”며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강기정 의원도 단일지도체제에 대해 긍정의 목소리를 높였다.강 의원은 “비상한 시기에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단일지도체제가 맞는 것 같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에 따른 상임 중앙위를 구성해서 대표를 보좌하는 구조는 어떤가 하다”고 말했다.원혜영 의원도 이에 대해 전폭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 “책임정치를 당내에서부터 구현해야 한다”며 “모든 사람이 당권에 참여하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서 타 죽는 꼴을 면하기 위해 단일지도체제를 만들고 그에 대해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크숍 최대 화두 ‘모바일투표’

모바일투표 문제와 관련해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반대 측에서는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과 조작가능성을 주장한 반면 찬성 측에서는 국민 참여가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며 문제가 생기면 해결방법을 모색하면 된다고 주장했다.심규명 울산시당 위원장은 “모바일 투표는 일반 국민 참여의 문제가 있다”며 “돈 내는 당원을 일반 국민과 똑같이 대한다면 정당정치의 근간이 무너진다. 모바일투표는 반드시 바꿔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조일현 강원도당 위원장도 “모바일 투표를 중지하든지 폐기해야 한다”며 “전대 룰 불신으로 서로가 반목하는 일이 없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서재관 제천·단양 지역위원장은 “특정 정파에서 이해에 골몰해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명분으로 채택한 모바일투표가 악용되고 당심과 민심을 왜곡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투표비밀과 등가성이 지켜지지 않고 농촌과 노년층이 다 무시되는 모바일투표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황주홍 의원도 모바일투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황 의원은 “민주당 실패의 핵심은 모바일투표의 도입”이라며 “모바일투표는 위헌의 소지가 높다. 비밀투표에 역행하는 사실상의 공개투표이고, 현실적으로 동원투표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설훈 의원은 “모바일투표 회사가 짜고 들면 얼마든지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며 “모바일투표를 계속하면 나중에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노웅래 의원은 “모바일투표로 당내 갈등과 분열을 초래했다. 그렇다면 (모바일투표를) 재고해봐야 할 것 같다”며 “당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모바일 문제는 그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문병호 의원은 “모바일투표는 편의성을 위해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며 “유럽도 우리보다 민주주의를 먼저 이뤘지만 모바일투표를 안하는 것은 흠결이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모바일 투표에 대해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했던 비주류 그룹과는 달리 친노·주류 그룹은 찬성 입장을 표명하며 문제점은 보완하거나 비중을 줄이더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정청래 의원은 “유불리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기술적인 보완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며 “권리당원도 20~30만 명인데 모두가 현장에서 투표할 수는 없다. 모바일투표에 대한 과도한 공격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양승조 의원은 “모바일투표의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완전히 없애는 것은 맞지 않다”며 “단점을 보완해서 비율을 확실히 줄이거나 가중치를 보전하는 등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최민희 의원도 “모바일투표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지 (불필요하게) 정쟁화된 것이라고 본다. 여론조사도 편향논란이 계속되고 현장투표도 돈 봉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우리가 (투표방법을) 중립화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이상호 전국청년위원회 위원장 역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을 없애서는 안 된다. 문제가 있다면 혁명적 수준에서 쇄신해야 한다”며 “조직 동원을 하지 않으면 오바마도 없었다. 조직하지 않고 미디어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성곤 전대준비위원장은 “이미 당원 명부가 확정된 권리당원 정도라면 모바일투표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며 “일반당원과 시민은 모바일 대신 여론조사로 대체하되 순수한 자발적 가입자에 한해서만 모바일을 일부 열어두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이어 “모바일투표는 도입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공정하고 민주적인 방법이냐가 중요하다”며 “모바일투표가 공정하고 민주적인지, 고친다면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공직에는 도입하고 당직에는 최소화할 지 등의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돈 안 드는 선거·당원 참여 기회 확대

당내 선거에서 조차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워크숍 참가자들은 돈 안 드는 선거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완전선거공영제가 실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김성곤 전대준비위원장은 “최고위나 당대표 나온 사람들은 1억5000만 원 이상 못 쓰게 돼 있으나 실제로는 수억 원이 든다”며 “돈 때문에 (전대출마) 못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경비는 당에서 책임지도록 공영제로 갔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최규성 의원은 “돈 안 드는 정치를 해야 한다. 특히 당내 선거에 있어서 돈 들어가는 건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며 “권한 갖는 당 지도부를 뽑는데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돈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이상민 의원 역시 “비용 부분은 문제다. 대표도 완전 공영제 하도록 해서 많은 신진들이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다만 고비용 때문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비용 극복하는 것도 개혁이고 혁신”이라고 주장했다.당원 참여의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최규성 의원은 “당원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의 핵심 당원은 50대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50~60대는 (새누리당에) 졌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당 은 20·30·40대가 지지층인데 실제 전대를 보면 20~40대는 거의 없다. 지지층과 당의 괴리가 위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심규명 울산시당 위원장은 “돈 내는 당원은 최소한 당 지도부 선출에 자기 의사를 표현할 기회를 줘야 한다. 권리당원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