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밥그릇만 쳐다보는 의협...무엇이 두려운가?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세 살배기 쌍둥이들이 감기가 심하게 도졌다. 일요일이라 진료가 가능한 가까운 병원은 한 곳뿐. 예상한대로 환자들이 북적거렸다.
30분가량 기다리다 겨우 들어가게 된 진료실. 의사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본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나는 "제가 아니고 아이들이 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 하며 아이들의 증상을 상세히 설명했다. 의사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아이들 몸에 청진기를 대기는커녕 눈도 거의 마주치지 않는다. “3일치 약 처방해줄 테니 가서 먹이세요”라는 마지막 이 한마디를 하는 순간에도 의사의 눈은 여전히 모니터만 응시했다. 불과 5분도 안 돼 끝난 진료를 마치며 나올 때의 불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든 의사가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의술이 아닌 인술(仁術)을 몸소 실천하는 의사들도 많다. 위급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때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러다 의사가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다가올 때가 있다. 환자들을 바라보는 최근 의사협회의 모습이 그러하다. 특권의식과 집단 이기주의가 여전하다.
얼마 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금융소비자들과 보험업계의 분통을 터지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의 심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관심 밖에 밀려 안건으로 논의되지도 못했다.
관심 밖으로 밀린 더 큰 이유는 바로 '의협'의 반발이다. 3800만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불편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 진행형’인데 이들은 완강하다.
실손보험을 청구하는 절차는 여전히 복잡하다. 그래서 환자들은 청구 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 공제액을 초과한 본인부담진료비에 대해 입원의 경우 4.1%, 외래의 경우 14.6%, 약처방의 경우 20.5%가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금 미청구 이유 중 90.6%는 '소액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보험 가입자가 병원에 다녀와서 보험금을 직접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자동으로 심평원을 거쳐 보험사에 청구서가 전송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보험금 청구의 간소화·전산화·자동화가 목표다. 자동 청구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보험 가입 소비자의 후생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의협은 이 법안을 반대한다. 청구자료 전송 업무를 왜 자기들이 맡아야 하냐며 볼멘소리를 낸다. 또 환자 정보 유출 가능성이 커 보험사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한다.
하지만 같은 진료 정보를 종이로 제출하면 보험사의 꼼수를 막을 수 있고, 전자시스템으로 제출하면 막을 수 없냐는 반박이 뒤따른다. 의협의 주장대로라면 보험금 청구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들은 묵묵부답이고 마땅한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몇몇 의료 전문지의 지면을 빌려 오로지 반대 목소리만 선전하고 있다.
이제 20대 국회에선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시간이 흘러가고 해가 다 저물고 있다. 의협이 바라는 것도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일지 모른다.
새삼 느낀다. 의사집단의 힘이 이렇게나 막강했다. 잊고 있었다. 의사는 우리 사회 기득권층이다. 잃을 게 많아서 두려울 것도 많을 수 있겠다.
그래도 묻고 싶다. 이제 밥그릇 좀 내려놓으시고 보험금 타기 불편한 환자들 좀 바라봐주시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