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의 경계를 자유로이 탐험하는 ‘문밖의 사람들 : 門外漢’ 공연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뉴트로 감성으로 채우는 크리스마스 공연 마련 민요와 판소리, 옛 것을 새롭게 즐기는 디제잉, 영화, 파티가 뒤섞인 전통공연의 요지경

2020-12-05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동시대 전통예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프로젝트 컨템포러리 <문밖의 사람들 : 門外漢>을 12월 23일 부터 25일 까지 정동 1928 아트센터에 올린다. ‘오늘의 전통예술은 무엇일까?’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문밖의 사람들 : 門外漢> 두 번째 무대가 오른다. 첫 시즌에서 사물놀이 창시자 이광수, 현대무용의 안은미, 대중가요의 함춘호 그리고 잠비나이, 최고은, 아시안체어샷을 통해 이 시대 전통예술의 정의와 동시대성을 제시했다면 올해는 더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전통예술의 대중성을 찾아 나선다.
미미시스터즈
이번 공연에는 ‘신이나 올스타즈’와 ‘이날치’ 그리고 ‘판소닉’이 함께한다. 진지한 키치함으로 가요의 원류를 탐구하는 ‘미미시스터즈’, 종잡을 수 없는 실험가 장영규, 세계적 재즈명가 ECM이 선택한 재즈뮤지션 손성제가 주축이 된 세 팀의 무대로 한국의 흥취가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한다. 이번 문밖시리즈를 위해 한국 시스터즈 그룹의 계보를 잇는 ‘미미시스터즈’와 밴드 ‘트레봉봉’이 ‘신이나 올스타즈’로 의기투합했다. K팝의 원조가 ‘민요’라는 전제로 60-70년대 ‘펄 시스터즈’, ‘키 보이스’, ‘투코리언스’ 등이 발매한 가요음반 속 통속 민요와 신민요 리메이크 곡을 새롭게 조명한다. ‘옹헤야’, ‘쾌지나 칭칭나네’처럼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교과서 속 민요부터 당대 청춘들의 사랑과 이별, 고뇌와 일상을 유쾌하게 다룬 신민요를 21세기로 소환한다. 우리 가요 역사 속 록, 레게, 재즈, 포크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한 민요의 반전매력이 관람 포인트다. 더욱이 경기민요를 모티브로 장르 융합을 시도하는 ‘이희문과 놈놈’, DJ로 ‘하세가와 요헤이’와 ‘소울스케이프’ 등이 참여하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춘향가’와 ‘수궁가’가 북장단 대신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밴드 사운드를 입었다. 창(唱)과 현대적 사운드의 조합은 익숙한 이야기에 새로운 심상을 더하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음악적 감동을 선사한다.
들썩들썩
이날치의 <들썩들썩 수궁가>가 올해 초 홍대 소규모 클럽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더니 어느새 외국인도 찾는 공연이 됐다. 2019년 그들의 마지막 무대가 크리스마스 이브를 장식한다. 프로젝트 ‘비빙’과 ‘씽씽’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은 음악감독 장영규가 8인조 밴드 ‘이날치’를 결성했다. 한명의 소리꾼과 고수가 있던 자리에 소리꾼 다섯에 베이스 둘, 드럼 하나가 대신하며 판소리의 새로운 실험을 펼쳤다. ‘수궁가’의 여러 대목이 해체되고 뒤섞인 가운데 베이스와 드럼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리듬과 선율 위로 소리꾼의 가락이 얹히니 가장 한국적이면서 동시대적인 음악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필름 판소리, 춘향>이 관객을 맞는다. 색소폰, 기타, 퍼커션에 국악을 얹은 독특한 사운드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끈 ‘니어 이스트 쿼텟(NEQ)’의 손성제가 소리꾼 이소연, 퍼커셔니스트 김소월과 함께 또 다른 ‘춘향’을 탄생시켰다.
한국영화 최초의 칼라 시네마스코프인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1961)에 판소리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가미한 복합공연이다. 판소리 춘향가란 17세기 말 고전을 바탕으로 20세기 영화와 21세기 사운드가 만났다. 옛 필름 속 오래된 감성과 현대음악의 충돌은 생경하지만 새로운 감각을 이끌어낸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관계자는 "‘문밖시리즈’는 전통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아티스트들과 편견 없는 관객들이 만나 즐기는 무대를 추구한다"라며 "색다른 크리스마스 정취를 원하는 관객들에게 가장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감성을 채워줄 공연"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