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비웃는 주식 불공정세력 날이 갈수록 기승
한류AI센터, 상장폐지 눈앞인데 주가는 500% 이상 급등
한류타임즈(구 스포츠서울), 이미 상장폐지 거래정지
팍스넷,기업사냥꾼들간 분쟁에 대주주 주식은 전량 매도
2020-12-05 이승익 기자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지난주 필자가 쓴 칼럼 ‘금융당국, 야바위꾼 단속에 치우치기 보다는’ 편을 보고 많은 독자들의 응원도 있었지만 볼멘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많은 응원의 소개는 어차피 ‘자화자찬’이 될 터이니 생략하더라도 금융당국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볼멘소리는 결국 하나의 목소리였다. 주식 불공정거래에 대한 사전 대처를 어떻게 해야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지. 현재 구조에서는 아무리 빠른 대처를 해도 사후적 처벌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충분히 공감하는 주장들이다.
지금의 금융 시스템과 법률 구조상 기업사냥꾼들의 주가조작 현장을 적발해 처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마치 살인현장을 예고해 현장에서 경찰이 살인범을 체포해야 된다는 논리와도 같다. 하지만, 최선의 대책은 없어도 차선의 솔루션을 모아 본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오늘 한국증권거래소에 하나의 위트 있는 제안을 해본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사피르-워프’ 가설이 있다. 간단히 가설을 정리하자면 언어들은 세상의 의미를 구별하는 방법에 따라 제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자가 사용하는 언어는 그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따라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는 결론이다.
언어학자들은 이러한 ‘사피르-워프’ 가설을 두고 언어적 결정주의라 칭한다. 언어적 결정주의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인해 세상을 인식하고 사고하는 방식을 결정한다는 이론이다. 이런 관점에서 언어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데 있어서 필터 역할을 하게 된다.
자 이제 이론을 우리의 주식시장에 대입시켜 보자. 예를 들면 관리종목이라는 제도가 있다. 증권거래소가 이같은 제도를 만든 취지는 상장폐지의 위험성이 높은 한계기업들을 모아 관리종목으로 편입해 특별 집중관리 하고 투자자들에게는 경고의 메시지를 남기는 의미로 만들어 졌다. 그러나 언어가 주는 범위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투자자들에게는 그 취지는 제대로 전달이 되질 않고 있다. 그래서 일반 투자자들은 관리종목의 의미를 두고 다양한 주관적 해석을 한다.
이럴 때 언어가 주는 사고의 윤곽을 직관화시켜 보자. 가령 ‘상장폐지 유의종목’,‘상폐 위험군 종목’ 등. 너무 길어서 반대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은 댓글로 더 직관적이고 위트있는 제안을 해주시길. 적어도 관리종목이라는 추상적 제도의 단어보다는 투자자들에게 좀 더 직관적 이해도를 높여 용어를 사용한다면 지금보다는 부실기업 작전주들에 대한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달 한국증권거래소가 주최해 150여명의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모여 불공정주식거래 근절을 위해 워크샵을 개최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담은 워크샵을 비웃듯 당일에도 코스닥의 한류AI센터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달을 끝으로 자본잠식 요건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500% 이상 급등하는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 관계사 한류타임즈(구 스포츠서울)는 이미 상장폐지심사로 인해 거래정지가 됐다. 또 다른 관계사 팍스넷은 대주주 지분의 반대매매로 이틀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이번 기업사냥꾼들이 타깃으로 잡은곳은 언론사가 2개기업이나 있다고 하니 이들의 지능적이고 용감무쌍한 범법 행위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단속을 위한 수사의지도 강력해지지만 ‘꾼’들의 속도 또한 5G시대에 발맞춰 빨라지고 있다. 이제는 사후 처벌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전 투자시스템과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모아야 이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 금융범죄자들은 매년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지만 우리의 금융시장은 386 시대에 멈춰있다. 정책입안자들이여! 그렇다고 대안인냥 딱딱한 규제만 또 잔뜩 만드는 일 은 없도록 하자. 소 잃고 외양간을 더 망가트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