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박근혜호’, 곳곳 암초 널렸다

조각, 정상 출범 시한 지나… 초기 국정운영 상처나

2014-02-04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새 정부 출범을 3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이번 주가 순항 여부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 인선,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국정과제 수립 등 3대 현안이 모두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또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3차 핵실험 문제도 박 당선인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이같은 사안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와 현안 대응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순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당초 이번 주는 내각 인선 발표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간주됐다. 국회 인사청문회 개최와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이러한 ‘조기 인선’ 요구에 부응하기 보다는 충분한 ‘사전 검증’을 통해 인선 논란을 차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박 당선인은 ‘김용준 낙마’로 적지 않은 부담을 지게 됐다. 무난한 통과를 자신했던 김 전 지명자가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못하고 조기 낙마함에 따라 청문회를 반드시 통과할 수 있는 인사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차기 총리 지명자까지 여론에 부합하지 않은 인물로 판명날 경우 초기 국정운영에 큰 상처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이 때문에 박 당선인은 총리 후보자 인선과 사전검증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박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김용준 총리 후보 사퇴’ 이후 당선인 비서실에 별도의 인사검증팀을 꾸리고, 정부기관들로부터 검증 관련 전문인력까지 파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검증팀은 주말인 2~3일부터 체계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증 작업이 방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내정에서 발표’까지 상당한 시간차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이 경우 인선 발표는 총리 후보자의 경우 설 연휴(9~11일) 전후로, 경제부총리 등 내각 후보자는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시점(14일) 즈음으로 각각 늦춰질 수도 있다.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통과는 현재로선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17부·3처·17청’으로 짜여진 개편안에 대해 여야 모두 큰 틀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대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 전례가 없는데다, 이번에도 미래창조과학부의 ‘공룡 부처’ 논란 등 각론에서는 이견도 적지 않은 만큼 진통도 예상된다.오히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이 박 당선인의 대국회 교섭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같은 맥락에서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 여부와 시기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당선인 입장에서는 대야 관계의 첫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오히려 인선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조속 처리를 당부하기 위해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회동 시점은 설 연휴 전보다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박 당선인은 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취임 직후부터는 민생 정책을 중심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막바지로 접어든 인수위의 국정과제 수립 작업이 중요한 이유다.한편 북한이 지난해 12월12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조만간 핵실험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면서 북핵 문제는 박 당선인이 취임 후 대처해야 할 첫 현안으로 부상했다. 한반도 위기관리 및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박 당선인 구상이 첫 단추를 끼우기도 전에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박 당선인은 새 정부 대북정책 방향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남북이 합의한 약속을 지켜 신뢰를 쌓고 갈등을 풀어가자는 단계적 남북관계 개선론이다. 하지만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까지 예고하면서 이 같은 구상이 초기부터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박 당선인이 공약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어떻게 기능할지도 주목된다.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에서 종합적 국가 위기관리 기능이 부재했다는 반성에서 국가안보실을 신설키로 했다.

하지만 중장기적 전략 수립과 국가 위기상황 대응을 담당하는 국가안보실과 국방·외교·통일 현안을 담당하는 외교안보수석실 업무가 중복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의 ‘이원화’ 우려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