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는 관치금융] 낙하산 논란 휘말린 기업은행장 인사
기재부 출신 내정 유력…노조 "함량 미달 모피아 반대"
시민단체들 "관치가 독극물이라더 정권 어디갔나" 비판
2020-12-10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차기 행장 인선을 목전에 둔 IBK기업은행이 '관치 논란'으로 시끄럽다. 낙하산 인사가 내려온다는 설이 무성해지며 노조는 물론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해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6년 말 취임한 현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27일 만료된다. 관가 안팎에선 이르면 이번 주중 청와대가 차기 기업은행장 인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수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문제는 최근 하마평에 오르 내리는 인물들이 정부 입맛에 맞는 관료출신 일색이라는 점이다. 관료 출신 기업은행장은 2007년 말 취임한 윤용로 전 행장이 마지막이었다. 2010년 조준희 행장을 시작으로 권선주·김도진 행장까지 3연속 내부 출신 행장이 기업은행 수장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시간을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기업은행이 첫 내부 출신의 행장을 맞이하는 데는 무려 3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1996년 기업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내부 승진으로 행장 자리에 오른 김승경 전 행장은 외환위기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후 두 번째 자행 출신 행장인 조준희 전 행장을 발탁하기까지 10년 넘게 기업은행 행장 자리는 기재부·한국은행, 금융 당국 출신 퇴직 관료들의 자리가 됐다.
현재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역시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은보 한·미 방위비협상 수석대표,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으로 전현직 관료들이다. 최근에는 반장식·윤종원 전 수석 2명으로 최종 후보군이 추려졌다는 구체적 이야기도 나돈다.
이같은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며 기업은행 내부 기류도 심상찮다. 12년만에 '관치금융'이 부활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IBK 노조는 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노조는 청와대가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함량 미달의 외부 관료 출신을 임명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종 후보로 거론되는 두 사람 모두 기재부 출신의 모피아이자 은행업에 대한 경력도 없는데다 자질 부족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장식 후보는 모 경제지에서 조사한 ‘청와대·행정부 경제라인 업무능력 평가’에서 꼴찌(10명 중 10 위)를 차지했던 무능 인사이며, 윤종원 후보는 리더십과 인성 문제로 청와대에서 경질되고 이후 수출입은행장 선임과정에서도 탈락한 부적격 인사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김형선 IBK 노조 위원장은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금융노조 차원에서 낙하산 행장 반대, 관치금융 반대 의사를 수차례 밝혔음에도 청와대가 듣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달 15일 IBK노조는 '낙하산 인사'가 아닌 전문성을 갖춘 행장 임명을 촉구하며 행장 선임에 앞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후 성명서를 내며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최근엔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기업은행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등은 9일 공동 성명을 통해 "관치 금융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민주당 의원들은 관치가 독극물이자 발암물질이라고 비난했다”며 “그땐 독약이던 관치 금융이 지금은 보약이라도 된 건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물론 내부 출신 행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내부 출신으로는 임상현 기업은행 전무와 시석중 IBK자산운용 사장,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이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인사 경향상 차기 행장으로 관료출신의 외부 인사가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건 사실이다.
IBK노조 관계자는 "내외부 출신을 차치하고서라도 최소한 은행업에 대해 깊은 이해도와 비전을 가진 인물이 차기 행장이 되야 한다“며 "최근 행장으로 점쳐지는 외부 인사들은 모두 함량 미달로 정부는 부적격 행장을 선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