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두고 소송 예고
시행규칙 개정 시행 시 행정권 남용 소송 준비…“보수세력에 굴복, 장시간 노동체제 유지”
2019-12-11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50~299인 기업에 대해 주52시간 제도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한다는 정부의 발표에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50~299인 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50~99인 기업에는 계도기간 1년에 선별적으로 6개월을 추가하는 등 최장 1년 6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별도 기간의 추가 없이 1년의 계도기간을 일괄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50~299인 기업에 주52시간제 시행을 위한 준비 기간을 1년 더 준 상황이다.
주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한 점은 앞으로 큰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기업이 노동부의 인가와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 특별연장근로를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 시행규칙에는 자연재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재난, 이에 준하는 사고 등이 특별연장근로를 사용할 사유로 명시됐다.
노동부는 이번에는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인명 보호와 안전 확보, 시설·설비의 장애·고장 등에 대한 긴급 대처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 증가 △노동부가 국가 경쟁력 강화와 국민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도 인가 사유에 포함하기로 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경영상 사유를 포함하는 것은 특별연장근로를 특별한 사정이 생긴 경우로 제한한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시행규칙 개정이 행정권 남용을 통한 기본권 침해의 소지도 있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10일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확대에는 불법의 소지가 있다”며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시행규칙 개정 시행 시, 법률에 위반되는 정부의 행정권 남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관련 헌법소원 및 위법한 시행규칙 관련 행정소송을 추진한다”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의 모든 소통을 중단할 것을 검토 중이다.
민노총도 성명서를 공개하며, 대응에 나섰다. 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결국 노동시간 단축 정책마저 포기했다”며 “재벌과 보수정치 세력 아우성에 굴복해 주 최대 52시간제 위반 적발과 처벌을 유예하는 장시간 노동체제 구태 유지를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의 절박한 노동기본권 개선을 위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를 한사코 거부해왔다. 이런 정부가 오히려 법으로 보장한 노동조건을 보류하고 개악하는 행정조치를 남용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는 구석에 처박아둔 ILO 핵심협약부터 비준해 법률로 정한 주 최대 40시간 노동과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