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庚子年 IPO 큰 장 선다
SK바이오팜·현대카드 등 대어급 상장 준비
2010년 10조원대 공모 규모 넘을지 관심
2020-12-12 정웅재 기자
[매일일보 정웅재 기자] 내년도 IPO시장에 기업 가치가 조 단위인 대어들이 뛰어들며 IPO 공모 규모 최고기록인 10조900억원을 넘어설지 주목받고 있다. 관건은 내년 증시 상황에 달렸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미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SK바이오팜을 비롯해 현대카드, CJ헬스케어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완료하고 IPO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최근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으로 주목받은 SK바이오팜은 최대 1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거론되고 있어 공모 규모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바이오 대기업인 CJ헬스케어도 상장 돌입에 시동을 걸었다. CJ헬스케어는 지난 3일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간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기업가치는 2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대카드 또한 지난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NH투자증권을 IPO 대표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각각 선정하며 내년도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는 약 1~2조원이다.
또 지난해 IPO를 추진하다 중단한 호텔롯데는 지난 11일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점 특허권 유지 결정이 내려지며 상장 재도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상장을 철회한 현대오일뱅크, 바디프랜드도 내년도 IPO 재도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미 주관사 선정 작업을 마친 태광실업, 호반건설, SK매직도 마찬가지다. 모두 조 단위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기업이다.
내년도 공모 시장에 잇달아 대어들이 상장을 노릴 경우 10조원 이상의 IPO 공모 규모를 기록했던 2010년에 이어 역대급 시장이 열릴 수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삼성생명과 대한생명(한화생명)의 상장에 힘입어 국내 IPO 시장 최고 공모 규모인 약 10조9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약 3조6292억원이다.
다만 변수는 내년도 증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는 대기업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IPO 전략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모 금액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만큼 시장의 가치 평가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심사를 통과하고도 시장 분위기가 나쁘다는 분석에 따라 IPO를 철회한 바 있다. 현대카드 또한 정태영 부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상장 시기를 내후년으로 미뤄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당장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코스닥 시장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IPO를 진행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코스피에 상장하는 대기업은 공모 자금이 절실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나 기업 가치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시기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IPO를 준비하는 대기업들은 공모 시장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해 서로 경쟁을 피하려는 전략에 따라 일부 기업이 공모 시기를 지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모 시장의 유동성은 한계가 있는 만큼 조 단위 공모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IPO에 나설 경우 시장에서 감당을 못하거나 공모 결과가 차별화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