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OC 예산 확대가 일회성 처방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2020-12-12     전기룡 기자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11월 기준 80대까지 회복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발표로 인해 CBSI가 8월 수치로는 6년래 최저치인 65.9까지 급락한 전례가 있어서다. 또한 80대의 CBSI가 그리 긍정적인 수치도 아니다. CBSI는 대한건설협회 소속 건설사업의 체감 경기를 지수화한 것이다.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 같이 암울한 상황이지만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토교통부 2020년 예산안이 전년(43조2000억원) 대비 16%(6조9000억원) 증액된 50조1000억원으로 확정된 것이다. 특히 정부의 전체 SOC(사회간접시설) 예산안은 2019년(19조8000억원)보다 17.6%(3조4000억원) 늘어난 23조2000억원으로 확정되면서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늘어났다. 국토부 소관 SOC 예산(18조8000억원)도 같은 기간 3조원이나 증가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주택사업이 침체된 반면, SOC사업을 통해 건설사의 실적 방어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도 경기침체에 영향을 미쳤던 건설경기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혜택을 받은 지방의 SOC 시설을 중심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건설사 스스로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이번 SOC 예산 확대는 일회성 처방으로 끝날 수 있다. 정부가 경기 부양책으로 SOC 카드를 꺼냈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 등이 이뤄지지 않을 시 다시금 건설경기가 바닥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건설업계의 연구개발은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순위 5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은 매출액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건설만이 매출액의 1.7% 수준을 연구개발에 투입하지만 이 마저도 많은 것은 아니다. 나머지 중견·중소 건설사의 연구개발 투자 및 성과는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아울러 주택에 편중된 사업 구조도 문제다. 대형 건설사 중 몇 곳에서는 자신들의 사명에서 건설을 빼고 주택을 넣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해외 플랜트 사업 등이 침체됐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사업을 통해 실적 방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대형 건설사나 중견·중소 건설사나 주택사업이 주 수익원인 점도 수주 경쟁이 치킨 게임으로 치닫는 원인이 됐다. 분명한 점은 이번 SOC 예산 확대가 건설사 입장에서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편중된 사업구조에만 안주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경기 악화는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