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늙어가는 경제와 성장률 추락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기해년이 저문다. 이제 보름 남짓 지나면 새로운 해가 뜨고, 나이 한 살을 더 얹는다. 늙어감을 체감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슬프게도 우리 사회 평균연령도 계속 늙어간다. 고착화된 고령화 시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저출산 문제 역시 심각해졌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기 수)은 0.98명. 세계 유일의 0명대 출산율 국가가 됐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3분기 합계출산율은 0.8명대로 떨어졌다. 서울은 0.6명대로 추락했다. 당연히 사상 최저다.
과거 전체 인구가 3000만명이던 1970년에 태어난 아기는 100만명이었다. 총인구가 5200만명에 가까운 올해 출생아는 30만명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멸종위기설이 더이상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이웃나라 일본이 먼저였다. 일본은 고령화와 저출산 파고에 휩쓸려 지구촌에서 가장 늙은 국가로 전락했고 ‘잃어버린 20년’을 이미 경험했다.
우리 인구구조 변화도 당시 일본과 판박이라는 점은 두려운 대목이다. 오히려 우리가 더 심각하다.
실제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중은 2012년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도 일본과 비교하면 더 빠르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데 일본은 24년 걸렸지만, 한국은 17년 만인 2017년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경제성장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물가까지 낮아지는 상황이 겹쳐지는 것도 심상치 않게 보인다.
최근 화두로 떠올랐던 '잠재성장률'도 저출산·고령화가 하락을 불러일으킨 주범으로 꼽힌다. 한국은행마저도 지난 9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연령인구의 빠른 감소와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 부진 등을 고려할 때 잠재성장률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구는 경제 성장을 예측하기에 앞서 가장 믿을 만한 지표다. 경제성장은 노동과 자본 투입, 생산성 향상이 담보돼야 한다. 이런 기초체력에도 '2% 성장'을 사수하겠다고 외친 것이 '과욕'이었을지 모른다.
더 암울한 건 정부와 당국의 문제해결 능력과 리더십 부재다.
정부는 예전부터 꾸준히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태스크포스를 수립하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성과가 안 보인다. 숱한 저출산 대책과 성장 전략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노쇠화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풀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경제정의와 공평과세,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확대,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처럼 구조적으로 상황을 개선해줄 대책이 필요하다.
'82년생 김지영'과 같이 결혼·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들을 최소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양질의 어린이집 조성 등 리턴맘 정책도 보다 강화돼야 한다. 사회복귀율이 70%에 달하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에게도 배워야 한다.
한국 경제가 젊음을 되찾는 게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이 아니다. 위기의식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