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재원확대’ 없다
인수위·기재부, 재원 135조원 고수·완급조절로 가닥…주요 복지공약 수정 불가피
2014-02-06 김경탁 기자
‘135조원’이면 충분?
이날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차기 정부는 박 당선인이 제시했던 135조원을 공약재원의 가이드라인으로 정하고 공약 세목별 완급 조절을 통해 공약 이행한다는 구상으로, 더 이상 재원 확대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박근혜 당선인은 앞서 지난 4일 삼청동 안가에서 가진 대전·충청권 국회의원들과의 비공식 오찬에서 “대선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해 내건 것이 아니고 꼭 지키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시행 여부를 다 물어서 한 것”이라며 “꼭 지켜야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와 관련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기초노령연금 2배 확대와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등 주요 공약을 모두 실천하면서 동시에 135조원이라는 한도를 맞추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최소 270조원 소요 추산
모든 공약 실현에 135조원이면 충분한지에 대해 기재부 차원의 별도 검증작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기재부 측은 ”아직 최종 보고서를 마련하진 않았지만 공약에 제시된 재원규모 범위를 맞추는 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민간·국책연구소 등은 박 당선인이 제시했던 핵심 복지공약을 이행을 위한 재원으로 가이드라인의 2배에 달하는 5년간 최소 270조원을 추산했고, 기재부도 인수위 회의에서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135조원보다 30조원 가까이 많은 160조원 가량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한정된 예산범위에서 약속을 지키려다보니 공약의 항목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수혜 범위와 규모 면에서 상당한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예를 들어 최근 이행 시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 공약의 경우, 박 당선인 측은 14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지만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은 2.7배인 39조원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이행’ 판단 놓고도 갈등 불가피
이와 관련 인수위와 기재부는 기초연금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과 소득수준에 따라 4그룹으로 나뉘어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지원 공약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남겨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하지만 인수위 방침대로라면 박 당선인의 공약이 이행된 것인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기 정부의 관계 부처가 “공약을 이행했다”고 밝혔는데 정작 국민들은 “약속을 어겼다”고 인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말이다.앞서 KBS가 KBS방송문화연구소에 의뢰해 지난달 14~16일 성인 18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약을 모두 다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51.2%로 공약 100% 이행을 기대하는 국민의 비율이 과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당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복지공약 실현을 위한 증세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43.1%, “1~5% 증세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35.9%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증세에 부정적이거나 소폭 증세까지만 동의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