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삼중고' ...한국 주요산업 '흔들흔들'

글로벌경제 저성장, 원고엔저, 시장 불확실

2013-02-07     구자익 기자

[매일일보 구자익 기자]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제조업이 수출급락과 생산정체 등을 겪으면서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저성장과 원고엔저 현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와 중국.일본의 협공, 차세대 기술 및 시장의 불확실성 등의 삼중고(四重苦)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삼성경제연구소는 7일 ‘한국 주요산업 현안 진단’ 보고서에서 수출기여도가 높은 휴대전화, TVㆍ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6개 주요산업에 대해 성장둔화, 경쟁심화, 차기 선도제품 부재 등 공통된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이 보고서는 한국의 경제가 심각한 성장의 벽에 부닥쳤다고 진단했다.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와 통신기기, 선박 등 주요품목의 수출이 확대되면서 제조업이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다.2009년부터 2011년까지 자동차와 통신기기, 선박 등 10대 수출품목의 수출은 1860억달러에서 3320달러로 무려 78%나 급증했다.

이같은 수출확대에 힘입어 한국은 2009년 이후 4년 연속 25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규모도 세계 8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2년으로 접어들면서 수출과 제조업의 생산 증가율이 급속이 떨어지고 있다.수출은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 2003년 이후 계속 10% 이상 높은 성장율을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선박제조업은 무려 30.1%나 추락했고 메모리제조업은 18%, 무선통신기기는 14.7%가 하락하는 등 주력산업이 부진했다.이 같은 수출과 내수의 침체로 제조업의 생산증가율도 2011년 7.0%에서 지난해에는 1.6%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또 글로벌 산업의 환경이 국내산업의 강정이 발휘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세계경제의 낮은 성장으로 국내 주요산업의 성장도 둔화되거나 정체를 빚고 있다는 분석이다.장기불황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기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 과감한 선제투자를 통한 시장선점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특히 국내산업이 엔와약세로 경쟁력을 회복한 일본과, 대규모 투자와 기술습득을 발판삼아 급부상하는 중국에 협공을 당하는 모습이다.자동차산업에서는 일본의 업체들이 엔화약세 현상의 수혜를 등에 업고 공격적인 마케팅전을 벌이는 등 맹공을 펼치고 있다.달러당 엔화가치가 1엔 하락하면 도요타의 영업이익이 연 350억 엔이 증가한다.충돌회피 등 새로운 안전기술의 대중화를 주도해야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휴대폰산업에서는 중국의 레노버와 ZTE, 화웨이 등 휴대폰 제조업체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중저가 스마폰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중국의  TV업체와 패널업체는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초고화질(UHD) TV,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산업 분야에서 일본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예상된다.

반도체산업에서도 경지침체와 수익성 저하로 보수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올해 업계의 투자는 전년 대비 9.7% 감소한 270억달러로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조선산업도 공급과잉과 경쟁심화로 애로가 지속되고 있다.중국과 일본은 조선산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화하고 있다.올해부터 친환경 선박의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돼 발 빠른 기술과 정책 주도권 확보가 요구된다.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시장이 복병이다.중국은 현재 한국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고 있지만 높은 가격경쟁력을 화보한 중동산 제품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미국과 중국도 셰일가스와 석탄, 타이트 오일 자원을 확보한 미국과 중국의 화학산업 급부상도 위협 요인이다. 이에 장기적으로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제조업을 재조명하고 침체 가능성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다.기업들이 신시장 진출에 과감히 도전하고 고부가가치 소재와 부품 등의 분야를 공략하는 등 능동적으로 환경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정부도 이와 관련된 인프라를 정비하고 비용을 안정화하는 한편 외교적 노력을 통한 수출환경 개선 등 산업지원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치호 수석연구원은 "한국기업이 3중고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도전을 통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거듭나도록 혁신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기업들의 혁신이 지속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혁신 리스크 경감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