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제전망] 한국산업의 숙제, 더딘 구조조정…노조·정치리스크 위협
글로벌 구조개혁 속… 노사갈등 등 제자리걸음
새로운 사업 출현 속도… 규제가 따라가지 못해
2020-12-15 성희헌 기자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한국 경제가 성장의 늪에 빠진 가운데, 풀지 못한 ‘과제’들이 국내 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 노조리스크에 더딘 구조조정, 그리고 규제개혁을 미루는 ‘정치리스크’까지 위협 요소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시대 흐름에도 노조의 구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18일부터 20일까지를 집중 교섭 기간으로 정하고 재협상에 나선다.
노조는 그동안 기본급 12만원 이상, 임금피크제 폐지, 구조조정 반대 등을 요구하며 회사 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회사는 내년 이후 부산공장 생산물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고정비용을 높이는 기본급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노조 입장 변화 없이는 올해 임금협상 교섭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올해 임금협상 시작 7개월여 만인 이달 10일 처음으로 임금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조합원 기대 수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며 즉각 거부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임금협상이 올해를 넘기면 2016년부터 4년 연속 연내 타결 무산이다.
특히 기업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조업의 경우 판매는 부진하고 재고는 쌓이는 전형적인 불황 국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에도 자동차, 철강, 유화 등 산업은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산업 부진을 극복하고, 미래 시장 투자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제대로된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미국, 일본, 유럽의 자동차 대기업은 경기 둔화로 신차 판매가 감소하고 전기자동차(EV) 등으로 산업이 바뀌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7만여명의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전체 종업원 수의 4%에 달하는 수치다.
그나마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 등에서 일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미래차 투자를 위한 대대적 구조조정 움직임과는 다른 모습이다.
규제개혁을 미루는 ‘정치리스크’도 신산업 성장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원유는 데이터인데 ‘데이터3법’ 규제가 데이터 수집조차 못하게 막고 있다. 20대 국회 여야 대표가 지난 11월에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바이오‧헬스는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드론은 개인정보보호법, 항공안전법 △핀테크는 신용정보법, 자본시장법 △AI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으로 데이터3법이 걸려 있다.
신산업의 규제 틀을 제대로 갖춰 주지 않는 ‘소극 규제’도 문제다. 소극 규제는 기존 산업과의 이해관계로 인해 새로운 산업의 발생을 지연시키는 장벽이기도 하다. 적합한 규제 인프라가 없어서 기업이 신산업을 추진하는데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최근 불거지는 ‘타다 논란’도 새로운 산업 출현 속도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가시화하면서 논란은 더 거세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