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리츠 주춤… “너무 올랐나”
상장 이후 인기몰이에 급상승해 시가배당률 하락
호재 없고 위험자선 선호 증가에 차익 실현 노려
2019-12-16 정웅재 기자
[매일일보 정웅재 기자] 올해 우상향 곡선을 그렸던 상장 리츠(REITs)들이 한 달이 넘도록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가 급상승에 따른 시가배당률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리츠들이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신한알파리츠는 지난달 8일 장중 사상 최고가인 9440원을 기록한 이후 이달 12일 7370원까지 내리며 한 달 간 약 21.9% 하락했다. 신한알파리츠의 장중 최고가는 올해 초 5600원이었던 종가 대비 67.8% 상승한 수치였다.
다른 리츠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리츠코크렙은 지난 11일 6320원까지 하락하며 지난달 8일 장중 최고치인 7900원보다 20% 떨어졌다. 이리츠코크렙 역시 올해 초부터 지난달 초까지 61.8% 상승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 하반기 상장하며 주목받았던 리츠들도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 10월 말 상장한 롯데리츠는 상장일 당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상장 이튿날 장중 주가는 7100원까지 오르며 공모가 5000원 대비 42% 상승하기도 했지만, 롯데리츠 주가는 지난 13일 6290원을 기록하며 상장 초반 강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날 증시가 강세를 띄며 다수의 리츠 종목들이 상승했지만 롯데리츠는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이달 5일 상장한 NH프라임리츠도 롯데리츠에 이어 공모 과정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상장 당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이튿날 장중 6600원까지 올랐지만 5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면서 지난 12일에는 5970원까지 내렸다.
이처럼 리츠가 약세를 보이는 원인은 그동안 가파른 상승에 따른 조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리츠는 저금리와 저성장 국면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에 올해 들어 시중 유동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
이러한 인기로 인해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반대급부로 시가배당률이 하락했다. 신한알파리츠는 3기(올해 4~9월) 보통주 한 주당 140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4기(올해 10월~내년 3월)에도 비슷한 수준의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3~4기 연간 배당금은 280원이 된다. 이는 공모가 5000원 대비 5.6%의 배당률이지만 지난달 초 보인 장중 최고가 9440원 대비로는 배당률이 2.9% 수준에 그친다. 13일 종가 7550원 대비로는 3.7%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산 편입을 통한 성장세나 공실률 하락과 임대료 상승 등 배당가능이익 증가 전망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특별한 호재가 없어 일부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배당보다는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전망도 다소 개선돼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 1단계 합의안이 타결됐고 내년 글로벌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가 멈추고 높은 기대 수익률을 주는 위험자산이 다시 선호될 경우 상대적으로 리츠의 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츠는 채권이 아니라 주식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국내 상장 리츠는 아직 기초자산의 신뢰도가 높지 않은 만큼 철저히 ‘목표수익률=배당수익률’의 관점에서 투자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