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연구원 "北 다탄두 ICBM 개발 노력"
최근 동창리서 다탄두용 신형엔진 시험한 듯
2020-12-16 김정인 기자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경우 북한이 내년 다탄두(다수의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기관이 북한의 다탄두 ICBM 개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두 차례 중대시험을 실시, 다탄두 ICBM용 신형엔진을 개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IDA는 16일 공개한 '2020 국방정책 환경 전망 및 과제'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견제하기 위해 대미 보복 능력을 신뢰성 있게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다탄두 ICBM 개발 등을 위한 노력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탄두 미사일은 대기권 밖에서 탄두가 분리돼 각각 다른 목표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 타격 범위가 넓고 요격도 어려워 단일 탄두 미사일보다 위협적이다. 특히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 심각한 위협이 된다.
북한이 다탄두 ICBM 개발에 나설 가능성은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 당시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기관이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미사일은 화성-14형 발사까지만해도 탄두 형태가 뾰족했지만 화성-15형에서는 둥근 형태의 탄두로 바뀌었다. 뾰족한 형태는 보통 하나의 탄두에, 둥근 형태는 다탄두 미사일에서 발견된다.
북한은 화성-15형 발사를 통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는 확보했지만, 실제 다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많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7일과 13일에 동창리에서 두 차례 로켓엔진 시험을 단행하면서 엔진 성능 개선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탄두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늘어난 중량만큼 엔진 성능 향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북한은 7일 백두산 엔진 4기를 결합한 1단 엔진을 시험, 백두산 엔진 2개를 결합해 사용했던 화성-15형보다 성능을 두 배가량 높인 것으로 보인다. 또 13일에는 화성-15형에서 사용했던 2단 엔진보다 강력한 엔진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분석은 북한이 최근 다탄두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은 화성-15형 외에도 지난 10월 2일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역시 탄두부를 둥글게 설계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국내외에서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이미 확보했거나 개발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북한이 사거리, 대기권재진입 기술, 정확도, 핵무기 소형화 부문에서 모두 필요 요건을 넘어 미 본토 전역에 핵 공격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북한 역시 지난달 27일 조선신보를 통해 "조선의 핵무기의 위력은 핵탄두의 경량화, 소형화, 다양화, 정밀화에 의거하는 바, 조선은 이미 그 모든 것을 정비했다"며 "조선의 국가 핵 무력은 이미 미국 본토 전체를 안에 두고 있으며 그 완성도는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