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젊은이들의 화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억간산'

2020-12-17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대표원장 황만기(한의학박사)
서초
[매일일보] '화병'(火病)은 대표적인 문화 연관 증후군 중 하나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발간한 DSM-IV(정신 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 4판)을 살펴보면 한국식 명칭 그대로인 'Hwa-byung'으로 표기돼 있다. 체면을 중시하고 개인적 감정을 충분히 표출하지 않고 참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한국적 문화 속에서만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특이한 임상적 증상이란 의미다. 화병은 사실 중년 여성들에게 흔한 질병이었다. 결혼 이후 고된 시집살이를 하면서 억울하고 분하고 속상한 일들이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이다가 보통 갱년기(폐경기) 시기에 몸과 마음의 기운이 떨어지고 빈 둥지 증후군과 같은 우울증 양상과 겹치면서, 수십년간 축적된 화(울화·鬱火)를 통제하지 못해 발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10~30대 젊은 층에서도 화병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조사에 따르면, 2014~2018년 사이에 화병으로 한의원이나 병원을 방문한 환자 중에서 40대 이상의 환자는 1만779명에서 1만65명으로 약간 감소한 반면, 30대 이하 젊은이들은 2585명에서 4078명으로 크게 늘었다. 10대 화병 환자 역시 312명에서 65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대한민국 10대 청소년들의 화병은 어린시절부터 시작된 학업 스트레스와 이에 따른 부담감과 긴장감이 차곡차곡 누적되다가 청소년 시기에 누적된 화를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서 발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의원에서 매일 아이들을 진료하다 보면 너무나 급작스러운 공격적 행동 양상 때문에 "우리집 천사가 우리집 악마로 변했다"고 호소하는 부모님들이 굉장히 많았다. 따라서 소아청소년이나 청년들의 화병을 포함한 이상 행동에 대해 마음과 행동을 모두 평화롭게 만들어 주면서 부작용이나 내성이나 의존성도 전혀 없는 안전하고 유명한 한약 처방을 꼭 한번 소개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억간산'(抑肝散)이다. 억간산은 지금까지 과학적 논문을 통해 △항스트레스 및 항우울 작용 △통증 완화 작용 △공격 행동 개선 작용 △항불안 작용 △항아토피 작용 △알츠하이머 치매 행동-심리 증상 개선 작용 등의 임상적 약리 작용이 존재한다고 밝혀져 있다. 가족들조차 감당하기 힘든 소아청소년 및 청년 시기의 화병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면 안된다. 가까운 한의원에 내원해 체질적 편향성과 병증의 심각도 등을 상담 및 진찰을 통해 정확히 확인하고, 과학적으로 이미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이 모두 입증된 억간산 처방을 꾸준히 복용할 필요가 있다. 평화로움이 흐르는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 분위기를 억간산을 통해 하루 속히 회복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