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M&A 24곳 각종 위법 행위 적발

회계분식‧공시위반‧부정거래 활용 조달자금, 비상장주식 고가 취득 등에 사용

2020-12-18     정웅재 기자
금융감독원은
[매일일보 정웅재 기자] 자기자금 없이 차입자금으로 상장사 인수 후 회계분식·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무자본 인수합병(M&A)세력이 다수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2월부터 무자본 M&A 추정기업 67곳을 상대로 기획조사를 실시해 상장사 24곳에서 각종 위법 행위를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위법 행위 유형별로는 회계분식 14곳, 공시위반 11곳, 부정거래 5곳 등이다. 이들 상장사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고발·통보,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가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금감원 측은 “현재 위법 행위 사실관계가 확인된 곳이 24곳으로 아직 조사·감리가 진행 중인 곳도 있다”며 “고발 대상자는 지금까지 20명 정도이고 부정 거래 5곳의 부당이득은 1300억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자본 M&A는 소위 ‘기업사냥꾼’ 등이 자기자금보다는 사채업자 등에게서 빌린 돈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 인수자가 회사 경영보다는 회사를 통해 조달한 거액의 자금을 유용하거나 인수한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자본 M&A 위법 행위는 상장사 ‘인수’, ‘자금조달·사용’, ‘차익시현’ 등의 단계별로 모두 적발됐다. 인수 단계에서는 기업사냥꾼이 사채업자·저축은행 등에게서 인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린 뒤 이런 사실을 은폐하는 경우가 있었다. 경영참여 목적으로 주식을 5% 넘게 취득할 경우 공시를 통해 대량보유(5%)보고를 해야 하지만 이를 은폐하기 위해 보고하지 않는 식이다. 이번에 적발된 상장사 24곳의 경우 최근 3년간 최대주주 변경횟수가 3.2회이며 최대주주도 외부감사 비대상 법인이나 투자조합 등 실체가 불분명한 경우가 82%에 달했다. 자금조달 및 사용 단계에서는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이 주로 발생했다. 상장사 24곳은 최근 3년간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1조741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이 중 1조829억원이 비상장 주식 취득, 관계회사 등에 대한 대여·선급급 등으로 사용됐다. 비상장주식을 고가로 사거나 관계회사에 몰래 빌려주고도 자금유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정상 거래인 것처럼 회계자료를 허위로 꾸미는 방식이다. 무자본 M&A 세력이 상장사 인수 후 허위 호재성 정보를 언론에 배포하고 작전세력을 동원해 주가조작에 나서는 경우도 적발됐다. 바이오 등 신규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해외시장에 진출한다며 허위 정보를 퍼트려 주가를 띄운 뒤 인수한 주식을 팔고 빠져나오는 식이다. 상장사 24곳의 최근 3년간 주가 최저가와 최고가 차이는 평균 13.8배에 달할 정도로 주가 변동이 컸다. 이 중 4곳은 그 비율이 20배 이상이다. 이런 급격한 주가변동 등으로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등의 시장 조치를 받은 회사는 23곳이었다. 금감원은 “투자조합 등 최대주주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취득하는 기업, 또 사모 CB 등을 자주 발행하거나 신규 사업에 진출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기업 등은 무자본 M&A 세력을 의심하고 투자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자본시장에서 기업 경영권을 매개로 이뤄지는 각종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공시·조사·회계 등 관련 부서 간, 그리고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업해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기획조사를 확대하고 위법행위 발견 시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