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북핵실험 강력규탄… 엄중 책임물어야”
추가도발 가능성…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좌초 위기
2013-02-12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순항을 기대했던 남북관계가 12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으로 다시 거센 풍랑에 휩싸였다.박근혜 당선인의 대북정책 패러다임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첫발을 떼지도 못한 채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박 당선인은 이와 관련, “우리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핵실험관련 긴급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들로부터 현황을 보고받고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와 국제평화에 대한 중대 위협으로 남북한의 신뢰구축을 저해하고 평화를 위한 노력을 어렵게 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또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철저히 준수하고 국제사회와 맺은 비핵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6자회담 당사국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박 당선인은 “새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도 도발로써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새 정부는 강력한 억제력을 토대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박 당선인은 “새 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있는게 아니다”라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이 있듯이 북한이 성의있고 진지한 자세와 행동을 보여야 함께 추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긴급회의에는 새 정부의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겸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와 같은 분과 윤병세 인수위원, 유일호 비서실장 등 10명이 참석해 50분간 대책 및 현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등을 논의했다.북핵과 관련, 박 당선인은 남북관계에서 신뢰를 강조해왔다. 신뢰가 조금씩 쌓이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로 남북관계 정상화와 발전을 꿰하겠다는 구상이다.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에서의 남북관계를 딛고 신뢰를 바탕으로 북측과 새로운 출발을 하기를 기대했다.이 때문에 북측의 3차 핵실험 예고에 ‘북핵 불용’을 거듭 밝히면서도 “대화의 창은 열어둘 것”이라며 북측에 추가도발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박 당선인은 특히 지난 7일 여야 지도부와 긴급 3자회의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으며, 만일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등 도발을 강행할 경우 6자회담 당사국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그러나 북한은 박근혜 정부와 남북관계의 첫 단추를 끼우기도 전에 도발로 화답했다.이달 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기대됐던 5·24조치 부분 해제와 중단된 금강산관광 재개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박근혜 정부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다시 북한에 강력한 ‘채찍’을 들 수밖에 없고 북한이 이에 다시 반발하는 한반도의 긴장 격화 가능성이 높다.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핵무기 운반체로 활용되는 장거리 로켓의 발사 성공에 이은 것으로 기존의 안보환경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위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의 신뢰 조성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기는 더욱 어려워진다.핵실험에 대한 추가제재에 북한은 대남 도발을 강행할 수도 있다.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달 25일 우리 측에 대해 “유엔제재에 직접 가담하는 경우 강력한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제재는 곧 전쟁이며 선전포고라고 위협하기도 했다.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등에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을 부각시키고 평화체제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다.북한은 이미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이후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비핵화가 아닌 군축협상 주장을 예고한 바 있다.일각에서는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꼬투리를 잡아 2009년 '유성진씨 사태'와 같은 제2의 억류사건을 일으키거나 공단 출입을 까다롭게 하는 방법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핵실험 정국이 다소 진정되더라도 적어도 상반기 내에는 남북관계에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