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통령 부동산 발언도 정부 대책도 ‘쇼크’
2020-12-19 송병형 기자
정부가 지난 16일 전격작전 식으로 18번째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시가 15억 원 이상 주택 구입 시 대출을 원천봉쇄하는, 그야말로 초고강도 규제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정부는 다음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더욱 높이는 추가 대책까지 내놨다. 이 정도면 최소한 내년 총선 때까지는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서울 집값 상승이 멈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다양하다.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일반론부터 “내국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인들이 채울 것이다”라는 현실론까지 등장한다. 대림동에 집중됐던 중국인 거주자가 영등포와 마포로 뻗어나가는 상황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2017년 8.2 대책 이후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급증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나올 법하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실력을 믿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 2기가 불 보듯 하다”는 진보정권의 부동산 정책 자체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다. 당장 경실련은 정부의 부동산 시세 조사가 실거래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의 지적대로 만약 정부가 실거래가의 20~30%에 불과한 시세반영률을 60% 이상으로 발표하고 있다면, 정책 실패는 이미 예고된 셈이다. 경실련은 공시지가 산정근거 및 세부내역 등 관련 자료부터 낱낱이 공개하길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많은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집값이 오를 대로 올랐는데 정부는 관망하나요”라는 질문을 듣고도 답변을 회피하더니 나중에는 “대부분의 기간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전국적으로는 집값이 하락할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미친 전월세라고 했는데 우리 정부에선 전월세 가격도 안정돼 있다”고 했다. 심지어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있다고 장담한다”고까지 했다. 취임 후 2년 반 만에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평균 40.8% 오르고, 서울 아파트의 중간값은 9억 원에 도달한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발언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 참모진이 인적 장막을 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다. 청와대 참모진의 부동산 내역이 공개되자 이는 확증으로 굳어갔다. 최근 방송에서 “주요 국가 중에 한국이 부동산 가격을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공언한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보유한 과천 아파트가 2년 반 새 9억 원에서 19억 4000만 원으로 뛰었다. 그는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을 쓴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끝난 부동산이 문재인 정부, 특히 자신이 청와대에서 일하는 동안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김 전 실장의 전임자인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지난해 서울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라디오에 나와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고 했다. 장 전 실장의 강남 아파트도 2년 반 새 17억 9000만 원에서 28억 5000억 원으로 뛰었다. 청와대는 참모진 부동산이 문제되니 수도권 내에선 1채만 허용하겠다고 했다. 얼마나 실현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