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통 수장 절반 물갈이… 신동빈 승부수 통할까?

롯데, 주력 사업 부진 10월 ‘비상 경영체제’ 선언 올해 승진자 40.1%, 신임 임원 수도 41.8% 감소 롯데쇼핑, 5개 사업 부문 통합 고강도 체질 개선

2019-12-19     한종훈 기자
강희태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롯데그룹이 19일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 롯데제과, 호텔롯데 등 약 50개 계열사의 2020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이번 임원인사를 시작으로 2020년 대내외 산적한 위기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지속성장 가능한 미래를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실 롯데의 상황은 좋지 않다. 앞서 롯데는 지난 10월 말 주요 경영진이 모인 자리에서 비상 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주력 사업이 부진하고 경기 하강, 불매운동 등 경영 여건이 악화된 상황을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자는 의미였다. 특히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롯데쇼핑은 지난 3분기에만 영업이익이 56% 감소하며 어닝쇼크를 맞았다. 또, 올해 들이닥친 일본불매의 영향으로 소비재 중심의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비상 경영체제 상황이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에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특히 롯데는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는 284명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올해는 170명만이 승진해 승진 폭이 40.1%나 줄었다. 신임 임원 수도 지난해 110명에서 64명으로 41.8% 감소했다. 무엇보다 롯데는 유통 계열사 전체 9명 중의 절반을 바꾸는 인적 쇄신에 나섰다. 주력 사업을 총괄하는 유통BU장에는 강희태 백화점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강 신임 유통BU장을 통해 롯데는 빠른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갖추길 원하고 있다. 신임 유통BU장인 강희태 부회장은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본점장과 상품본부장을 거쳤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사업부문장으로 글로벌사업을 이끌었다. 2017년부터 롯데백화점 대표를 맡아왔다. 롯데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롯데 유통부문의 미래 성장 전략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강 부회장은 롯데쇼핑 대표이사도 겸임한다. 롯데쇼핑은 일관성 있는 투자와 사업전략 수립을 위해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대표이사 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일원화했다. 롯데쇼핑 통합법인은 쇼핑 내 전 사업부의 투자와 전략, 인사를 총괄하게 된다. 기존 계열사들은 사업부로 전환되며 사업부장들이 실질적인 운영을 맡는다. 롯데쇼핑은 미래 성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의사 결정단계 축소를 통한 빠른 실행력을 확보해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 유통 분야의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유통 계열사의 신임 대표들은 1960년대생 인사로 채워졌다. 백화점 사업부장에 롯데홈쇼핑 황범석 전무, 슈퍼 사업부장에 롯데마트 남창희 전무, e커머스 사업부장에 롯데지주 조영제 전무, 롭스 사업부장에 롯데백화점 홍성호 전무가 선임됐다. 롯데칠성음료도 기존 음료와 주류 각자 대표이사 체계에서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이영구 대표이사 체제로 통합됐다. 이를 통해 음료와 주류의 유통, 생산, 판매 역량을 집중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봉철
호텔·서비스 BU장에는 롯데지주에서 그룹 재무 업무를 총괄해 온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 선임됐다. 이봉철 사장은 2012년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를 거쳐 2014년부터 재무혁신실장으로 일하며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끌었다. 이 사장은 재무통으로 알려져있다. 그룹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호텔&서비스BU장을 맡아왔던 송용덕 부회장은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인사, 노무, 경영개선 업무를 담당한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에 연계한 조직개편과 젊은 인재로의 세대교체로 요약된다”면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