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지급보증비율 확충 '고민'
금융당국, 보험업계 재무비율 제고 독려
KB생명·메리츠금융 유상증자 선택
2014-02-13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저금리·저성장 기조화로 장기 침체 늪에 진입한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이란 또 다른 벽을 만났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 건전성 제고를 위해 자본 확충을 독려하고 있어 업계 전반적으로 고민에 휩싸였다.금융당국은 지난해 연말부터 보험사들에 대해 RBC(지급보증비율)를 200%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권고가 강제적인 물리력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무부처의 권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보험사는 없는 실정이다.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금융당국의 RBC 기준치인 200%를 밑도는 생보사는 KB생명(161%), BNP파리바카디프(171%), 현대라이프(199%) 등이 있다.이 중 현대라이프는 지난해 11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RBC 비율을 높였다. 최근에는 KB생명이 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시행되는 것이다.당초 KB생명은 KB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 이후 ING생명의 내부 현금을 토대로 RBC 비율을 높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의 RBC 비율은 380%로 가이드라인을 훌쩍 넘긴 상태이다. KB금융은 ING생명의 RBC비율을 적정 수준까지 낮춰 현금을 확보한 뒤 이 현금이 KB생명 유상증자 용도로 쓸 예정이었다. 하지만 ING생명 인수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이 계획은 백지화됐다.관련업계에서는 이번 KB생명 유상증자를 계기로 업계 전반적인 자본 확충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특히 손해보험업계는 RBC 기준치를 밑도는 회사가 즐비하다. 업계 상위권 업체들을 제외하면 대다수 손보사들이 자본 확충이 시급한 시점이다.메리츠금융지주는 내달 15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 규모는 전체 시가총액의 30% 이상으로 메리츠금융은 유상증자 조달 금액으로 메리츠캐피탈과 메리츠화재에 지원할 예정이다. 메리츠화재는 RBC 비율이 지난해 9월말 기준 173.1%로 나타났다.이외에도 교보악사(190%), LIG손해보험(183%), 한화손보(168%), 흥국화재(167%), 다음다이렉트(160%) 등의 업체가 RBC 비율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이에 대해 BS투자증권 성용훈 연구원은 “지난해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RBC제도를 강화하는 마스터 플랜이 발표돼 있는 상태”라며 “국내외 금융감독 환경 변화와 중소형 보험사의 열악한 현실, 새정부 출범 초기 상황 등으로 제도 강화 스케줄이 예정보다 늦춰질 가능성은 높지만, 무효화 또는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성 연구원은 “개별 회사차원에서 가장 효과적인 자본적정성 제고 방안은 자본인정금액 확충으로, 신규 투입 자본에 대한 수익성만 확보된다면 효과적인 방법은 증자”라고 밝혔다.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밑도는 회사들은 자본확충 카드로 증자이외에 배당금 및 손익조정 등을 통해 RBC 비율을 개선할 것”이라며 “과거 일부 생보사들이 계정 재분류를 통해 RBC 비율을 높인 사례도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