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신임 금투협회장, 어려운 시기에 맡은 중책

76.3% 득표율 당선, 35년 ‘대신맨’ 업계 능력 인정받아 내부 갈등, 고객 신뢰 제고, 숙원 사업 등 과제 산더미

2020-12-22     정웅재 기자
나재철
[매일일보 정웅재 기자]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가 차기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돼 새해 1일부터 3년간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금투협은 갑작스런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게 됐지만, 내부 갈등 문제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투자업계를 이끌어 나가야 하기에 어느 때보다 신임 협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0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회원사 임시총회를 열고 제 5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를 치뤘다. 259개 회원사 중 87.6%가 출석, 투표권을 행사했고 투표 결과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76.3%의 득표율로 차기 회장에 당선됐다. 함께 후보로 올랐던 신성호 전 IBK 투자증권 대표와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은 각각 8.7%, 15%의 득표율을 얻었다. 나 당선인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이다. 나 당선인은 “당선이 되도록 도와주신 회원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취임하게 되면 자본시장과 금투업계·협회 발전에 혼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행동하는 협회, 회원사의 니즈를 반영하고 이를 실현하는, 제대로 일하는 협회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나 당선인은 1985년 대신증권 공채로 입사한 이후 △강남지역본부장 △WM추진본부장 △홀세일본부장 △홀세일사업단장 △기획본부장 △인재역량센터센터장 △기업금융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사장으로 취임해 2번 연임하며 35년간 ‘대신맨’으로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나 대표는 후보군 중 유일한 증권사 현직 대표로 업계 현안을 잘 알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강점을 회원사로부터 인정받았다. 하지만 신임 협회장으로서 당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당선인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최우선 과제는 금투협 조직 혁신이다. 현재 협회는 노조 갈등으로 인해 내부 조직 분열이 외부로 드러나기도 했으며 특히 전임 회장의 갑작스러운 비보까지 전해져 그동안 어두운 분위기가 지속 됐다. 이에 따라 회장 후보 3명 모두 공통된 공약으로 금투협 조직개편을 내세우기도 했다. 금투협의 새로운 회장은 조직의 분열을 봉합하고 협회를 정상화하는데 경영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권별 이해관계에 따른 회원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금투협의 총회 출석 권한과 의결권이 있는 정회원은 증권사 57개사, 자산운용 222개사, 신탁업 12개사, 선물 5개사로 총 296개사지만 회비 분담에 따른 비례의결권에 의해 주로 대형 증권사들의 입김이 거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나 당선인을 비롯해 전대 회장들이 모두 대형 증권사 대표 출신이라는 점 또한 이를 방증한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협회 분리 목소리가 이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는 형편이다. 앞서 나 당선인은 출마 입장문과 연설 등을 통해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 회원사들의 현안을 이해하고 균형 잡힌 이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상품 손실문제와 업계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잃은 고객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업계 차원의 노력을 주도해야하는 과제도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발생한 독일 DLF(파생결합펀드) 대규모 손실사태로 엄격한 판매 규제를 마련했다. 또 증권사들의 부동산 투자 쏠림 현상에 대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한도를 정하는 등 규제 강화에 대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업계의 뜻를 모아 선제적 자율규제를 마련하는 한편 금융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원활한 대관활동을 통해 입법을 추진했던 숙원사업도 완료해야 한다. 금투협은 올해 증권거래세 인하를 이뤄낸 데 이어 과세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상품별 손익을 합산한 결과로 세금을 매기는 손익통산과 손실 이월 공제를 골자로 하는 과세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나 대표도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 사항으로 내세웠다. 과세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공감대를 동시에 얻어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이 올해 하반기 주요 사업 중 하나로 꼽았던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옵션 도입 등도 남은 과제다. 수탁법인이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와 운용지시 없이 금융사가 알아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디폴트옵션 도입과 관련한 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외에도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고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 등으로 위기를 맞은 사모펀드 시장의 돌파구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