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제전망-정유‧화학] 중국發 공급과잉 확대, 사업 다각화 필수
석유 수입 1위 중국, 수요 성장 둔화 및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 증가
중국이 국제유가 등 업계 내 가장 큰 영향력, 국내 업계 中 의존도 높아
정유업계는 IMO2020 시행과 다운스트림 석화 설비 도입 등 비교 우위
2020-12-22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중국의 화학제품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정유업계는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화 예상 속에서 내년에는 다소 업황이 개선될 전망이다.
2019년은 글로벌 수요둔화와 수출단가 하락으로 수출 감소세가 역력한 모습이었다. 출하 감소와 재고 확대 등 전반적인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에도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국 성장 둔화, 국내 수요 부진 등으로 석유화학 부문의 침체 국면에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은 신증설 규모 확대와 내수 부진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다소 감소가 예상되지만 기저효과 영향으로 감소폭은 축소될 전망이다.
가장 큰문제로 중국을 중심으로 신규 증설 물량의 공급확대가 이뤄지며 글로벌 수급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수요 회복 요인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 시 제품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원가 경쟁력 약화는 내년에도 수익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일단락되는 등 세계 경기 회복이 어느 정도 점쳐지고 있지만, 중국의 성장 둔화와 공급과잉은 수출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추진으로 정부 주도의 석유화학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원유 기반의 나프타크래커(NCC) 설비 확대와 파라자일렌(PX) 등 일부 제품의 자급률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중국 수출의존도가 40~45% 수준에 달해 중국의 지속적인 설비 증설에 따른 자급률 확대와 중동 및 미국산 생산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은 수출 확대를 어렵게 할 전망이다.
결국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고부가 제품에 대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원료 다변화 전략이 2020년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듀폰사와 바스프 등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은 원유 중심의 범용제품에서 벗어나 전자소재와 스페셜티 제품개발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사용 규제로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바이오 플라스틱을 비롯한 친환경 소재 개발로 유럽 등 해외 수출 기반을 닦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원유 기반의 NCC 설비 중심의 생태계로 이뤄져 있어 유가와 경기 변동성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원료 다변화와 더불어 정유업계와의 합종연횡 등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2020년 이후 좀 더 안정적 수익 기반이 형성될 전망이다.
정유업계의 경우 석유화학업계보다는 다소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생산과 수출, 내수 모두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석유화학업계보다 긍정적이다. 특히 정유업계는 수익 확보를 위해 다운스트림 공정으로의 진출을 꾀하면서 에틸렌 등 석유화학업계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국제 유가는 변수가 많아 예측이 불가하지만 현재로서는 배럴당 50~70달러 수준의 하향 안정화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내년 유가를 WTI 기준 배럴당 50달러 전후로 예상했다. 브렌트유 역시 52~54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정유업계는 유가의 급격한 변동 없이 안정화가 이뤄지면 일정 수준의 정제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수익도 안정화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에는 IMO2020이 실시되면서 저유황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업계가 저유황유에 대한 발 빠른 대응으로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도입에 나서는 등 IMO2020 시행 혜택이 예상된다. 대부분의 선박이 관망세를 보이다 스크러버 설치 시기를 놓쳐 저유황유 수요는 당분간 견조할 것으로 보여 예상 이상의 수익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일단락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소 오르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중국은 석유 수입량 세계 1위로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전한 위험리스크와 더불어 중국의 수요 성장둔화와 자급률 증가 등은 국내 정유‧화학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