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北에 ‘핵무장론’으로 맞설까

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실행할 수 없을 것”

2013-02-14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의 제 3차 핵실험 강행 등 북핵 위협과 관련, 자신의 대북정책 화두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폐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여권 일각 강경파에선 북 대응 차원에서 ‘한국의 핵 무장’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박 당선인은 13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앞으로 북한이 찬물을 끼얹고 어깃장을 놓으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실행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경우 평화구축이라는 자신의 대북정책을 수정해 강경 기조로 선회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박 당선인은 “(북한이) 아무리 핵 능력을 높여도 그걸로 국력을 소모하게 된다면 결국 무너지는 길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북한이 핵보유국을 주장하며 비핵화가 아닌 군축 협상을 하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오판이 될 것”이라며 “3차가 아니라 4·5차 핵실험을 한다 해도 북한의 협상력은 높아지지 않는다. 핵을 포기하려 할 때만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역설했다.박 당선인은 또 “어제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한반도에서 신뢰와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전적으로 보여줬다. 앞으로 북한이 찬물을 끼얹고 어깃장을 놓으면 그것(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신뢰를 실행하려 해도 실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박 당선인의 이같은 강경기조는 13일 외교부·국방부 장관 인선 등 제1차 조각 단행에서도 엿볼 수 있다.통일부 장관이 빠지긴 했지만 1·2차 인선에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인선이 포함된 것은 3차 핵실험 등 북핵 위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최근 박 당선인과 인수위 내에서 강화되고 있는 ‘안보 우선’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외교부 장관에 내정된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대북 정책에 있어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윤 후보자는 대북 강경파(매파)로 알려져있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후보자 겸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와 ‘북한의 도발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큰 틀에서 궤를 같이 한다.이와 함께 박 당선인은 국방부 장관에 정통 군 출신 인사인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내정했다.국가안보실장-외교부-국방부로 이어지는 외교안보 라인이 '보수' 성향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대북 정책 기조가 강성 색채를 띨 가능성이 커졌다.한 전문가는 “이미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박 당선인의 대북 핵심 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대전제라고 할 수 있는 ‘북한 비핵화’가 출범 전에 흔들리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에서 대북 제재 등 강경 모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와 관련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도 지난 12일 북한 핵 실험 확인 직전 “핵실험이 확실하다면 (새 정부의 대북 기조가) 옛날 같진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가능성을 시사했다.한편 새누리당 등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해 핵무장을 비롯해 핵 억제력을 갖추는 등 강경 모드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았다.친박(친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일각의 독자적 핵무장론에 대해 “주권국가로서 주적에 해당하는 집단으로부터 핵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너무도 당연한 제의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적극적 찬성 입장을 밝혔다.원 의원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최상의 조건이지만 이제 저렇게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서 계속 핵무장으로 나갈 때 우리가 과연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라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북한이 이제 핵과 장거리 미사일로 무장했을 때 우리가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재래식 무기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사실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최소한의 자위책 마련 차원에서라도 미국의 전술 핵에 대한 재배치라든가 북한 핵이 해결 시에 뭐 즉각 폐기를 하는 전제로 해서 핵무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 보고 있다”고 핵무장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전날 정몽준 새누리당 최고위원 역시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우리도 최소한 자위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 우리 목표는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예방해서 평화를 지키는 것인 만큼 핵 억제력 필요하다”고 핵무장론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웃집 깡패가 최신형 기관총을 구입했는데 돌멩이 하나로 집을 지키겠다고 할 수 없다”며 “북핵을 머리 위에 둔 상태에서 북한의 처분에 안보와 생명을 맡기고 살 것인지,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 (핵 억제력을 갖춰야) 할 지를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