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에 ‘뿔난’ 박근혜, 남북 관계 어떻게?
朴 “핵 포기하라”… ‘선 비핵화’ 입장 재확인
2014-02-14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고 할 때만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북한의 ‘선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에도 자신의 대북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북핵과 남북관계를 연동시키면서 당분간 강경한 대북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북 강공책 일변도가 아니라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아지고 있다.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앞으로 북한이 핵 보유국을 주장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군축 협상을 하겠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오판이 될 것”이라며 “4·5차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북한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박 당선인은 “북한이 아무리 많은 핵실험으로 핵 능력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외톨이 국가가 되고 국민들을 궁핍하게 만들어 국력을 소모하게 된다면 결국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구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무너진 게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추가적인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해 “앞으로 어떠한 위협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국방태세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안보 분야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박 당선인은 그러나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난관에 직면했다는 지적에는 “일정 부분 영향은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변화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강력한 (대북) 억지에 기초한 것이지, 유화정책이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이렇게 나왔을 때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라고도 했다. ‘남북 신뢰 증진→북한 비핵화 진전→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 추진’ 단계를 밟는 이 프로세스의 전제가 비핵화이니만큼 골격의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신뢰 회복’ 조치, 즉 북핵 문제에서 전향적 입장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당장 접점을 찾을 개연성이 희박하다. 박 당선인으로선 이미 훼손된 신뢰관계에 북한이 추가 물리적 조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 향후 남북관계는 ‘강 대 강’ 대치가 장기화할 공산이 커보인다. 실제 박 당선인은 “도발에는 반드시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지만, 북한은 남북관계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의 움직임만 바라보고 있다. 이런 국면이 길어지면 차기 정부가 이렇다 할 대북정책을 구사해보지도 못한 채 내내 경색된 관계로 흘러가고, 결과적으로 ‘제재’만 내세우다 남북관계가 파탄난 이명박 정부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남한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한편 북핵 정책의 틀에 변화가 예상되면서 이를 둘러싼 다양한 고민과 정책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대략 ▲비핵화 유지 속 제재·협상 병행 ▲핵보유 인정, 비확산 전략 전환 ▲선제타격론 등 적극적 군사 대응 등 으로 압축된다.북한이 실질적 핵 능력을 진전시킨 상황에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비확산’으로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지가 핵심 포인트다. 대북 압박을 넘어 군사적 방법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사실상 ‘핵무장’을 인정해야 하는 ‘비확산’ 정책의 난점과 ‘군사적 해결론’의 기술적·현실적 가능성에 대한 의문 등 모두 대안이 되기엔 약점도 분명하다.현재로서는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원칙적 제재와 협상의 투트랙 전략을 쓰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여기에는 당장 국제사회가 북한을 향한 제재를 가하겠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고 나면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국면전환 시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깔려 있다.한걸음 더 나아가 9·19 공동성명에 바탕을 두고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등을 포함해 경제지원, 수교 등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 큰 틀에서 논의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반면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을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고 비확산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비확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비핵화에만 매달리면서 북한의 실질적 핵무장을 막지도 못하고 남북관계만 악화됐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북한 핵실험을 비판하는 성명에서 명확한 ‘비핵화’ 대신 ‘비확산’이라는 표현을 넣었다.다만 비확산에 초점을 두게 되면 북한의 핵보유를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핵심 당국자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 한국이 그동안 비확산 정책을 두고 ‘비핵화라는 6자회담의 목표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해왔다는 것에 비춰 한·미 간 이견 노출 가능성도 있다.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된 만큼 군사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미군의 전술핵 배치나 핵개발 등을 통해 핵으로 맞서자는 주장은 일본 등의 핵 경쟁만 부추기고 결국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할 것이란 게 일반적 설명이다. 미국도 반대하는 정책 대안이다.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는 임박한 징후가 있으면 선제타격을 할 것”(정승조 합참의장)이란 선제타격론 역시 현재로선 자위권에 대한 원론적 언급으로 이해된다. 당장 어디까지를 확실한 핵공격 징후로 볼지, 그 경우 선제타격의 범위는 어디까지가 될지 등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자칫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극단적 선택이 될 수도 있어, 어느 정권이든 현실적으로 채택하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