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오너의 책임이 커진다”
2019-12-25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먼 미래 같았던 4차 산업은 이제 곧 다가올 현실에 가까운 느낌이다. 공유경제와 자율주행, AI 등으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존과 이전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전통 산업과의 진통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도입할 때는 언제나 기득권과 마찰이 있기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일자리와 새로운 산업이 발달하면 대체되는 산업과 일자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결정권자의 의지에 달렸다.
최근 상영된 ‘포드 V 페라리’라는 영화에서는 포드의 관료주의를 극복하고 페라리를 꺾은 두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거대 기업 포드조차 스포츠카 레이스의 절대적 1위 페라리와의 승부에서는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성공으로 이끄는 주인공들은 페라리라는 경쟁자 외에도 포드라는 기득권의 관료주의와 맞서야 했다.
기존에 정착된 조직문화에서는 승리할 수 없기에 포드 경영진의 간섭에 굴하지 않고 제 방식대로의 승리를 거두게 되는데, 포드 사장을 경주용 차에 태우고 트랙을 질주하는 장면은 기존 관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사장을 설득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에도 기존의 관료주의와 조직체계가 정비돼 있다. 이제까지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조직 말이다. 국내 대기업 특성상 영화에서처럼 한두 명의 천재적 혁명가가 나타나 회사를 이끄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결정권자인 오너의 역량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성공적 사례로 과거 유니온스틸의 부흥을 이끈 장세욱 부회장이 있다. 지금은 동국제강의 부활에 희생양이 되어 인수합병이 이뤄졌지만, 컬러강판 업계 1위로 부상하기까지 내부에서 많은 부침이 있었다.
실제 동국제강에 합병이 되고 나서도 내부적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철강의 전통적 생산방식은 가동률을 중시한 효율성 위주의 생산 방식이다. 그러나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생산방식은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다. 소량 다품종 생산 방식으로 하루에 몇 시간씩 한 라인에서 롤을 바꾸는 작업이 이뤄진다. 시간상으로는 어마어마한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회사 내부에서도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이러한 변화를 겪은 동국제강은 고객의 니즈에 적극 대응하며 컬러강판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최근엔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 역시 눈에 띄는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부터 경영 전면에 나선 정 부회장은 그야말로 혁신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회사가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에 경영 전면에 나선 정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과 미래차 부문에 집중하며 과감하게 과거를 청산하고 있다.
임원 인사에 있어서도 수시로 감각 있는 젊은 인사로 교체하고 있고, 전세계 자동차 트렌드에 알맞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친환경차 부문과 공유경제와 자율주행 등에서도 세계적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물론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부진으로 생산은 줄고 있지만, 미래 혁신 부문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 역시 이재용 부회장이 초격차 전략을 보여주고 있고,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이후 강인한 회사 이미지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적 변화 추세에서 저마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은 이제 대세를 바꿀 수 없는 큰 흐름이 됐다. 기존 관료주의와 전통 산업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겠지만, 이를 빨리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기업이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살아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