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여러분은 꼰대인가요?
2020-12-26 매일일보
2018년 출간되어 화제가 된 ‘90년대 생이 온다’의 서문은 공무원과 꼰대의 소개로 시작한다. 사전에서 꼰대란 은어로 ‘늙은이’를 지칭하거나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다. BBC 방송에선 꼰대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 풀이했다.
그러나 2017년 출간 된 ‘꼰대의 발견’에 따르면 오늘날에 꼰대라는 단어는 특정한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를 지칭한다.
요약하면 꼰대에 담긴 부정적 의미의 핵심은 ‘말이 안 통하는 것’이다. 여기엔 구체적으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나와는 다른 경험을 한 사람, 둘째는 그래서 이해와 공감을 못하는 것이며, 셋째는 그걸 일방적으로 옳다고 우기는 것이다.
1990년대 생들은 그들이 자라온 학교와 주변에서 이러한 꼰대질 속에 살아왔고, 이제는 사회인이 되어 직장의 꼰대들과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의 2030세대는 N포세대로 불린다. 취업, 결혼, 출산, 주택마련 등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라는 뜻이다. 그러나 청년세대에게 이러한 잘못된 현상을 물려준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고치려 하기보다는 이들을 탓하기만 한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꼰대질서에 편입되도록 강요한다. 가정에는 아직도 가부장제가 자리 잡고 있다. 취업난을 뚫고 간신히 들어간 직장은 상명하복 문화로 군대처럼 답답할 뿐이다. 직장 상사의 갑질은 이들을 숨 막히게 한다.
이른바 꼰대 근성은 틈만 나면 가르치려 들고 일장 연설을 한다. 결혼을 강요하고 아이를 낳으라고 충고한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게 꼰대의 대표 슬로건이기도 하다. 청년들은 이것을 ‘노오력’이라 조롱한다.
꼰대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달 4일 뉴질랜드 의회서 25살의 클로에 스와브릭 녹색당 의원은 탄소제로 법안 관련 발언을 하다 기성세대 의원들이 그를 향해 야유하자 “오케이, 부머”라고 응수했다. 부머(Boomer)란 베이비부머 세대를 뜻한다.
이보다 앞서 지난 9월 16살의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툰베리는 지구온난화를 방치해온 세계 정상들의 면전에서 “어떻게 당신들이 그럴 수 있는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툰베리는 세계 최고 권력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레이저 눈빛’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돌한 그의 행동은 ‘툰베리 효과’로 불리며 ‘오케이, 부머’와 함께 전 세계로 확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