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걸린 경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예산 시중에 또 풀린다
2020-12-26 박지민 기자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자금은 정부에도 큰 고민거리다. 정부는 자본시장과 부동산 간접투자를 활성화해 시중자금이 부동산 직접 투자에 몰리는 상황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현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오히려 내년 상반기 대규모 정부 예산이 시중에 풀리면서 유동자금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6일 현재까지 나온 정부의 유동자금 대책은 모험자본시장 활성화와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두 가지로 크게 요약된다.
모험자본시장 활성화는 지난 19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핵심적인 금융 정책으로 꼽힌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규제로 옥죄는 대신 혁신·벤처 분야에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대출에 과도하게 자금이 집중돼 있어 금융 산업의 건전한 발전은 물론 혁신성장을 위해 자금흐름의 물꼬를 돌려야 하는 시점”이라며 “가계부문 보다는 기업부문으로, 특히 중소벤처기업 중에서도 기술력과 미래성장성이 있는 기업들로 보다 많은 자금이 흘러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1월 새로운 예대율을 통해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 취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초대형 IB 등 증권사에 대해서는 벤처·중소기업 투자 시 NCR(순자본비율) 자본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또 중소‧벤처기업 주식에 대한 지원책도 시행할 예정이다.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대책은 이보다 앞선 지난 9월 발표된 상태다. 정부는 일반인도 쉽게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펀드를 통해 부동산 간접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자 수익이 기대되는 우량 공공자산을 정책적으로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대상으로 몰아줄 방침이다. 또한 공모형 리츠·부동산펀드에 투자하는 개인과 기업에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한 마디로 부동산 간접투자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것. 정부는 이에 맞춰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상장 리츠의 경우 반드시 전문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친 뒤 결과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안전장치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금리 인하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을 가질 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게다가 512조 원이 넘는 내년도 초슈퍼 예산의 상당 부분이 내년 상반기 집행될 예정이고, 3기 신도시와 수도권광역교통망 개발을 위한 토지보상금까지 대거 풀릴 상황이라 오히려 시중 유동자금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